오피니언 > 사설

[사설] 의료계의 ‘편가르기’ 언어로는 국민 공감 얻을 수 없다

갈등 증폭시키는 언행 이어져
국민 기대에는 찬물 끼얹고
전공의들에게도 부담만 안겨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회동에서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회동이 의정 갈등 해소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화의 물꼬를 튼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견을 좁혀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어른이라는 이들이 회동 후 내놓는 말들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이들이 편가르기를 부추기는 듯한 언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비대위 자문위원은 6일 페이스북에 “우리집 아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다”면서 “애미·애비(어미·아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를 만나 담판 지어야 한다”고 썼다. 의정 갈등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전공의에 대한 안타까움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가 말하는 일진은 누구이고, 일진 부모는 또 누구란 말인가. 국민이 의사 아들을 때린 일진인가, 아니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일진인가. 의대 교수들이 나서서 정부를 만나 전공의의 7대 요구 사항을 전달하겠다는 얘기만 했다면 의료계 어른들의 충정으로 이해했을 것이다. 사려깊지 못한 비유로 갈등을 증폭시키면서 ‘피투성이가 된 아들’의 마음에 더 부담만 안기는 모양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도 페이스북에서 “이과 국민이 나서서 부흥시킨 나라를 문과 지도자가 말아먹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기 위해 이과와 문과를 선과 악처럼 나눈 셈이다. 본인 생각과 다른 이들을 모두 적으로 갈라치기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와 꼭 닮았다. 그는 전현직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스스로 “갈라치기를 해서 매우 죄송하다”는 얘기도 했다.

상대방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태도는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으니 총선 이후 의료계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 중에도 의료개혁만큼은 지지하는 이들이 훨씬 많고 대다수 국민들은 갈등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본인을 향해 일진이니 일진 부모니 하며 삿대질하는 이에게 박수쳐줄 국민은 없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