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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 수사대상에 영입된 초대 국수본부장

‘사교육’ 수사 한창인데
메가스터디 사외이사行
경찰 중립성 훼손 우려

입력 : 2024-04-06 04:01/수정 : 2024-04-08 09:46
남구준 경찰청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이 지난해 2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남구준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대형 입시학원 ‘메가스터디’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으로 확인됐다. 남 전 본부장은 문재인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2021년 1월 설립된 국가수사본부의 초대 본부장에 임명돼 2년 임기를 채웠다. 국수본은 경찰 수사의 독립·공정성 및 수사 역량 입증을 위한 상징적 조직이다. 그런데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가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면전을 벌이는 중에 초대 본부장이 수사대상인 입시학원에 영입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심사를 거쳐 취업을 승인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까지 분출하는 실정이다.

남 본부장은 평생 수사·형사 분야에 전념한 ‘수사통’이다. 경찰청에서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N번방 사건’ 수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은 초대 본부장 임명에 큰 도움이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등 6대 범죄로 제한하고 나머지 모든 사건을 경찰이 수사·종결키로 하면서 과연 경찰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이 거셌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수사 역량뿐 아니라 외압에 취약하고, 검사의 감독이 없으면 불공정할 것이라는 의구심을 극복하지 못했다. 남 전 본부장은 이 때문에 취임사에서 “경찰을 향한 의구심을 잘 알고 있다.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고, 임기를 마치면서 이임사를 통해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달라”고 후배 경찰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남 전 본부장이 보인 의외의 행보는 더욱 실망스럽다. 사외이사라고 당장 과거 부하였던 경찰관을 직접 만나 압력을 넣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과 인력을 직접 설계하고 구성한 만큼 수사 진행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실질적 영향력은 더 클 수 있다. 게다가 국수본 초대 본부장이 갖는 무게와 의미는 심각하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지금 경찰은 어느 때보다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의 절반이 ‘경찰은 사람을 봐가며 수사한다’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국민일보 2024년 4월 5일자 11면). 경찰 간부가 승진을 위해 브로커에게 수천만원을 준 ‘승진 브로커’ 사건에 이어 경찰관의 성범죄, 음주운전, 뇌물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경찰의 핵심 조직인 국수본을 책임졌던 인사가 수사대상 기업으로 갔으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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