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사직한 전공의를 대표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자 의료계에선 실망과 반발이 나왔다. 만남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의정갈등 사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 직전에는 “대화 자체로 의미 있다”며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면담 이후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박 위원장은 면담 뒤 SNS에 성과가 없었음을 암시하는 한 문장만 올렸다.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박 위원장 역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전성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인턴 류옥하다씨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 전공의 A씨는 “대통령이 제안한 만남이었으니 거절하긴 어려웠겠지만 ‘불통’ 이미지를 벗은 것 외에 얻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남 자체에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공의 B씨는 “정부 기조가 바뀌지 않았는데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며 “안 나갔어야 했다. 이제는 전공의들이 해왔던 대로 가만히 (복귀하지 않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C씨는 “개별 의사에 의한 사직인데, 박 위원장은 대표성이 없다”며 “전체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2000명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전공의를 불러 일방적 설득만 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대 교수들은 당장 전공의 복귀가 어려워져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고범석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공보담당은 “오늘 대화는 우리가 예상했던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른 것 같다”며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놨고, 진료 취소도 한 상태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만남으로도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전공의와 의료계가 더 강경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당선인은 SNS에 ‘아무리 가르쳐도 모르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의사들의 요구를 대통령이 수용하지 못한 것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협은 공식 입장 발표는 자제한 채 전공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태 해결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 행정처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다음 주 대규모 면허정지 처분 대상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의대 교수들도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하며 “한 달 뒤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고 있는 셈이다.
김유나 차민주 박선영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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