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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들 골머리 앓는 상속세, 합리적 대안 찾을 때다

국민일보DB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상속세가 과하다며 과세당국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어제 1심에서 패했다. 일가는 고 구본무 회장의 유산(약 2조원)에 부과된 상속세 9900억원 중 일부 비상장 계열사 지분 과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최근 한미약품 대주주 모녀와 아들 형제는 상속세 문제로 경영권 분쟁까지 치렀다. 5400억원의 상속세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다가 벌어진 일이다. LG와 한미약품 주가는 4일 현재 올 초 고점 대비 각각 20%, 17%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기술 경쟁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이 상속세 문제로 경영 불안과 가치 추락까지 겪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이고 대주주 실질세율은 60%로 최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일가는 12조원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받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김정주 창업자 유족은 아예 지주회사인 NXC 지분 29.3%를 정부에 물납, 기획재정부가 2대 주주가 되는 일도 벌어졌다. 상속세 부담에 매각을 고려하기도 하고 상속세 2번 내면 국영 기업으로 바뀐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에 매진해야 할 기업이 세금 과다로 경영에 전념하지 못하면 손해는 국민이 본다. 물론 부의 대물림, 빈부 격차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편법 상속 문제, 세수 우려도 있다. 하지만 현 상속세 체계가 24년간 이어지며 지금의 경제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것도 맞다. 불합리한 부분부터 바꾸며 국민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상속재산 총액에 대해 일괄 과세하는 현행 방식이 아닌 개별적으로 과세가 이뤄지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바람직하기에 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고용과 투자의 연속성을 위해서 몇몇 나라가 도입한 특례 제도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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