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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관광공사 사장, 이제는 전문가로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제22대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인사들 가운데 공공기관장 출신도 적지 않다. 비어 있는 기관장 자리가 한둘이 아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빈 채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끝나면 정부마다 반복되고 있는 여권 총선 탈락자들의 중용 즉 보은성 ‘낙하산 인사’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듯싶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기관장 임기가 종료되는 공공기관은 60여 곳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 새로 임명될 자리를 합한다면 100명이 넘는 기관장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총선과 결부시키지 않아도 정권마다 공공기관장 보은성 인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을 일컫는 ‘고소영’, 서울대 출신·50대 남성인 ‘서오남’, 캠프·코드·더민주라는 ‘캠코더’ 등 조롱 섞인 별칭도 유행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이 같은 행태를 보이지 않겠다고 했다. 전문가 임용이 원칙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윤정부 출범 이후 대선 캠프나 인수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낙하산’을 타고 곳곳에 포진했다.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지난해 11월 자신을 ‘낙하산’이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뒤 사퇴한 이재환 전 부사장에 이어 김장실 전 사장이 취임 1년3개월 만에 지난 1월 4·10 총선 경남 사천·남해·하동 지역 출마를 위해 떠났다. 김 전 사장은 공천받지 못한 채 후보 등록에 실패했다. 한국관광공사는 현재 서영충 경영본부장이 3개월째 사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다.

과거 역량을 갖춘 관광 분야 전문가가 한국관광공사 사장으로 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와서도 수장으로서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붕괴한 관광업계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더욱이 정권 주변에 있던 정치인들이 수시로 투하됐다. 정치권 인사가 기관장으로 선임되면 나름의 강점도 존재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출마를 위해 훌쩍 떠나버리는 공백 사태는 너무나 큰 손실을 남긴다.

관광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외래 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관광은 개발, 마케팅, 여행업, 숙박업, 음식업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된 융복합 산업이다. 창조경제, 미래산업의 총아다. 관광공사 사장은 이들을 잘 조화시키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관광 사령탑’에 어느 때보다 전문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 이상 한국관광공사 사장직이 정치권과 관가에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주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오래 비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서둘러 아무나 앉히는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수장을 발굴하는 게 좋다. 정부가 관광공사 수뇌부를 또다시 전문성 없는 인사로 채우면 그만큼 관광산업을 가볍게 보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관광대국의 꿈은 당연히 빛을 잃게 된다. 팝·푸드·뷰티 등 인기를 얻고 있는 K관광도 함께 수렁에 빠질지 모를 일이다.

지난 2월 103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달과 비교해 86% 회복된 수치다. 코로나 이후 회복에 나서는 관광 활성화와 외래 관광객 유치, 관광산업 육성,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장에 밝은 관광 전문가가 기용돼야 바람직하다. 희망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행보에 보탬이 될지언정 찬물을 끼얹는 누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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