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관들 ‘아바나 증후군’, 러 특수부대 소행 추정”

CBS·슈피겔·디인사이더 공동 추적
“음파공격으로 발병”… 러 정부 일축

2021년 11월 10일 쿠바 아바나의 미국 대사관 앞.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외교관과 정보 요원들이 해외에서 겪은 ‘아바나 증후군’을 일으킨 배후가 러시아 특수부대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 당국은 러시아 등 적성국 배후설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여러 의심 정황이 공개되면서 적성국의 공격으로 인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 CBS방송은 독일 주간지 슈피겔, 러시아어 독립매체 디인사이더와 함께 아바나 증후군을 공동 추적한 결과 러시아군 정보총국(GRU) 산하 ‘29155부대’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아바나에서 처음 발견된 원인 미상의 질환으로, 해외 주재 미국 외교관과 정보 요원 및 그들의 가족 사이에서 집단 발병했다. 두통과 구토, 어지러움, 인지장애, 이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디인사이더는 아바나 증후군이 29155부대의 ‘지향성 에너지무기’ 공격으로 발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격 대상의 뇌에 전압·전류·파동 등 음파를 쏴 신경을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29155부대는 해외에서 암살, 파괴 공작 등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측 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9155부대 소속 고위 인사들이 무기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승진한 사실도 확인됐다. ‘비살상 음향무기의 잠재적 능력’이라는 문구가 적힌 문건도 확보했다고 디인사이더는 전했다.

레이저 빔 같은 무언가로부터 물리적 타격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의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2021년 플로리다 자택에서 무언가가 귀를 강타해 기절했다”며 “마치 의사가 고막에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물론 미 정보 당국까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바나 증후군이 러시아 소행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비난으로, 설득력 있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미 정보 당국은 지난해 아바나 증후군이 기저 질병이나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피해자들에게 공통된 유형이나 조건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BBC는 “미 정보기관은 이번에도 적국 소행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 국방부 사브리나 싱 부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지난해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국방부 고위 관리가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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