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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직 대통령이 ‘진영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어서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배재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부산 사상)와 함께 부산 사상 괘법동에 있는 낙동강 벚꽃길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이재영 민주당 후보(경남 양산갑)를 지원하기 위해 경남 양산 물금읍 벚꽃길을 방문한 자리에서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정말로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에 국민들한테 두루 존경받고 모범이 되는 원로가 드물다는 건 큰 아쉬움 중 하나다. 갈등이 있거나, 나라가 분열됐을 때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해법을 찾도록 돕고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들이 원로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순간에 그런 역할을 해내는 이를 찾기 힘들다. 사회 어른으로서 품격을 유지하고, 이쪽저쪽을 다 아우를 균형감을 갖춘 이가 그만큼 드물어서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그런 아쉬움이 더 컸다. 문 전 대통령은 2일 울산의 총선 지역구 3곳을 돌며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지난달 24일 경남 양산의 민주당 후보를 찾았을 때만 해도 현 거주지 후보라 어쩌다 방문했거니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는 27일엔 경남 거제, 1일엔 부산 사상구를 찾아 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더니 이번엔 울산 지역 3곳을 연달아 방문했다. 민주당 선거운동복인 파란색 잠바를 입은 것이나, 유권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노골적으로 호소하는 것 모두 영락없는 선거운동원 같았다. 우리 정치사에 전직 대통령이 이처럼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누굴 찍어달라고 선거운동을 한 적이 있었던가. 자택을 찾는 정치인을 만나주긴 했어도, 선거운동 기간에 여러 곳을 직접 돌며 지지를 호소한 전직 대통령은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칠십 평생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봤다. 정말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도하다”고 비난했다. 많은 국민은 전직 대통령이라면 국론 통합에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하고, 비판할 게 있어도 점잖게 에둘러 말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본인이 앞장서서 분열의 언어를 쏟아내며 편을 가르고 진영 대결을 부추긴 것이다. 국민적 영향력이 큰 직전 대통령의 이런 말은 비단 현 정부를 깎아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지자들 간, 유권자들 간에 적대 의식을 키운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다니는 게 몇몇에겐 도움될진 모르나 진정 국민 전체를 생각하는 전직 국가원수라면 본인의 행보로 인한 국론 분열을 우선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 현 정부를 비판해도 정제된 말로 해야 더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때 잊혀지는 삶을 살겠다고 했던 것처럼 이제라도 현실정치에서 떨어져 나라의 애정 어린 조언자, 품격 있는 원로로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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