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에르도안, 지방선거 참패… 野, 5대 도시 싹쓸이

승부처 ‘이스탄불 수성’ 이마모을루
차기 대선 에르도안 경쟁자로 부상
물가고 등 경제 실정이 여당 패인

튀르키예 야당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지방선거 승리가 확정된 뒤 시청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70) 대통령의 정치적 시험대로 여겨졌던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이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주요 5개 도시를 장악하며 승리를 거뒀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는 에크렘 이마모을루(53) 이스탄불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며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31일(현지시간) 치러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이스탄불과 앙카라, 이즈미르, 안탈리아, 부르사 등 주요 5개 도시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꺾고 승리했다. CHP는 전국적으로 37.7%를 득표했고 AKP는 35.4%에 그쳤다. 이는 에르도안 집권 이후 선거에서 CHP가 거둔 가장 큰 승리다.

지난해 3선에 성공하며 30년 종신 집권의 길을 열었던 ‘21세기 술탄(오스만제국 황제)’ 에르도안은 이번 선거 참패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최대 승부처였던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CHP 소속 이마모을루 시장이 50%를 득표해 40%에 그친 AKP의 무라트 쿠룸 후보를 꺾고 수성에 성공했다. 이마모을루는 2019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AKP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로 당선 무효가 됐다가 재선거에서 더 큰 표차로 AKP 후보를 누르며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이스탄불은 수도보다 많은 1600만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에 걸쳐 있는 경제 중심지다. 1994~1998년 이스탄불 시장을 지내며 정치를 시작한 에르도안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지역이다.

이마모을루는 이스탄불 광장에서 “튀르키예는 내일부터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꽃을 피울 것”이라며 “나는 유권자들이 상대편과 현 정부, 대통령에게 보낸 뜻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19년 선거 때 자신의 당선을 무효라고 말한 사람들을 ‘바보’라고 칭했다는 이유로 공무원 모욕죄로 기소돼 2년7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정치 활동이 금지돼 대선 출마에도 제동이 걸린다.

이날 재선에 성공한 만수르 야바스 앙카라 시장과 부인 누르센. EPA연합뉴스

앙카라 시장 선거에서도 CHP 소속 만수르 야바스 현 시장이 AKP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에르도안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3월 31일은 우리에게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과 AKP의 패배 요인으로 ‘경제’를 꼽았다. 튀르키예에서 물가는 연간 67%씩 오르고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 유럽연구소의 셀린 나시 연구원은 “경제적 요인이 에르도안의 정치를 압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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