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인에게 건강검진은 건강 관리의 필수적인 항목이 된 것 같다. 국가건강검진체계도 있고 직장에서는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가족까지 건강 진단을 해주기도 한다.
건강검진은 어떤 특정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현재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무증상으로 있을지 모르는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거나 가까운 미래에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건강검진은 수진자의 연령, 성별, 질병력, 가족력, 기타 위험 요인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
이것은 노년기 건강검진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년층은 다른 연령대와 다르게 노화가 진행되며 생기는 문제나 지병인 만성질환들이 신체·정신 기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강검진에 이런 내용이 반드시 맞춤형으로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는 노인 건강진단 프로그램의 대부분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일반적인 성인 건강진단 패키지와 비슷한 내용으로 혈액과 영상 검사 위주의 일률적인 건강검진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노년기 건강검진에는 기본적으로 노년기에 흔한 심혈관계 질환,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 여러 가지 악성 종양, 골다공증 같은 근골격계 질환들에 대한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신체 및 정신 기능, 인지 기능, 낙상 위험, 근육량 및 근력 평가가 요구된다. 또 정밀한 피부 진찰, 치아 및 구강 진찰, 좀 더 자세한 눈 및 청력 같은 감각 기능 평가가 포함돼야 한다. 노인 수면 습관, 예방 접종력 등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노인 건강검진에서는 의사의 직접적인 진찰과 검진 전·후의 상담, 관리가 중요하다.
언제부터인가 국내 건강검진에선 의사의 개입이 거의 없어지고 단순히 채혈과 영상검사 위주 검진만 이뤄지고 있어서 건강검진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노년기 건강검진이 반쪽짜리 건강진단이 되지 않으려면 앞서 소개한 내용들이 꼭 포함돼야 하고, 의사의 자세한 진찰과 상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집안 어른을 위한 건강검진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런 내용들을 반드시 고려해 적절한 검진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신호철 전 강북삼성병원장·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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