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아니어도 좋아… ‘애니먹방’에 빠진 알파세대

2010년 후 태어난 세대 사이에서
버추얼 아이돌·애니 먹방 큰 인기

슬라임 캐릭터가 '빨간색 음식 먹방'을 하는 모습. 진영예술가 캡처

이진영(23)씨는 채널 ‘진영예술가’를 운영하는 유튜버다. 구독자는 무려 61만명이다. 이씨 채널의 인기 콘텐츠는 ‘애니메이션 먹방’이다. 슬라임 캐릭터가 등장해 치킨, 집밥, 목포 9미(味)까지 다양한 음식을 먹는다. 음식도 물론 애니메이션이다. 이씨는 지난해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참여했다가 깜짝 놀랐다. 팬이라며 자신을 찾아온 이들 대부분이 보호자와 함께 온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이모(13)양은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 팬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컴퓨터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진 가상 캐릭터 가수다. 보통 아이돌과 달리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춤을 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처음엔 낯설기도 했다. 그러나 이양은 이제 플리(플레이브 팬덤명) 중 한 명이 됐다. 이양은 31일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의 ‘WAY 4 LUV’ 뮤직비디오. 유튜브 채널 PLAVE

2010년 이후 태어난 이른바 ‘알파세대’ 사이에서 버추얼 아이돌과 애니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영상이나 콘텐츠 연출이 가능해진 덕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미디어와 친숙했던 알파세대에게는 이런 가상의 캐릭터로 만든 콘텐츠가 낯설지 않다.

부모 세대에겐 ‘버추얼 아이돌’이 친숙한 존재는 아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이모(13)양은 최근 부모로부터 “왜 사람도 아닌 캐릭터를 좋아하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반응이 무색하게 플레이브는 최근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양은 “제게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대상이란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최근 많은 이들이 버추얼에 친숙해지고 있는 듯해 기쁘다”고 말했다.

플레이브가 팬들에게 춤을 가르쳐주고 있는 모습. 유튜브 채널 PLAVE

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미디어 흐름에서 중요한 건 콘텐츠 생산자의 세계관에 시청자나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며 “디지털 네이티브인 알파세대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새로운 세계관을 이해하고 동화할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이런 콘텐츠들은 이미 실재하는 아이돌이나 먹방을 대체하기보다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이진영씨는 “사람이 음식 먹는 소리를 불쾌하게 듣는 시청자의 경우 캐릭터가 음식을 먹는 소리는 귀엽게 보기도 한다”며 “버추얼 아이돌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먹방도 현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새로운 장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