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벨트’ 중심에 있는 서울 동작을은 거대 여야의 핵심 승부처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야권 텃밭인 남서부 3구(관악·금천·구로)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스윙보터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2004년 17대 총선까지는 주로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깃발을 꽂았다. 이후 18~20대 총선에선 정몽준·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들이 내리 당선되면서 분위기를 뒤집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다시 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4선 현역이던 나경원 후보를 꺾었다.
국민의힘은 동작을 지역구에서 두 번 당선된 나 후보를 일찌감치 공천했다. 민주당은 영입인재 3호로 윤석열정부 심판의 상징성을 지닌 류삼영 전 총경을 내세웠다. 국민일보는 지난 26일 두 후보의 유세 현장에 동행했다.
“진심이 이깁니다… 柳는 뜬금없다”
나 후보는 매일 새벽 5시 예배를 시작으로 출퇴근길 인사와 거리유세, 경로당과 학교 방문, 지역모임 참석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나 후보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했다. 이날 상도동 일대에서 진행된 거리유세 도중 평소 나 후보와 마주친 주민들은 “이번엔 꼭 당선되세요”라며 먼저 다가와 손을 건넸다.
나 후보 명함에는 지역 맞춤형 공약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과학중점학교 설치와 학군 조정 등을 담은 ‘교육특구 동작’을 포함해 버스노선 신설·연장 등 교통정책을 담은 ‘사통팔달 동작’, 문화·체육시설 인프라를 15분 이내 거리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15분 행복 동작’ 등이 대표적이다.
나 후보는 “주민들과 수년간 소통하면서 마련한 공약”이라며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명함만 돌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나 후보는 “이번 총선이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정부 심판론’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후보는 특히 맞상대인 류 후보에 대해 “동작 주민들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류 후보는 정치에 나선 이유로 해병대 채상병 사건을 언급하면서 정작 그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지 않았느냐”며 “정권 심판을 위해 동작을을 이용하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의 슬로건은 ‘진심이 이깁니다’다. 동작을 주민들은 나 후보가 지난 4년간 원외에 있으면서도 지역 현안에 꾸준히 관심을 쏟아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숭실대 앞에서 만난 주부 김모(66)씨는 “나 후보는 낙선하고도 ‘토요데이트’라고 매주 주민들의 민원을 들어왔다”며 “상도동에 30년 살면서 수많은 국회의원을 지켜봤지만 나 후보만큼 동작구 현안에 진심인 정치인은 못 봤다”고 했다.
여권에 대한 차가운 인식은 나 후보에게 부담이다. 나 후보는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더 가까이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어 “여의도 중앙 정치에서 떨어져 있던 지난 4년 동안 지역 민심을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정권에 맞설 것”
동작구 사당동 남성역 1번 출구 앞. 류삼영 후보의 거리 유세에 모인 주민들은 ‘정부 심판론’을 외쳤다.
트럭을 몰고 가던 자영업자 윤모(67)씨는 차를 멈춰 세우고는 “꼭 윤석열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며 “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안타깝다. 좀 더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류 후보는 “조금만 기다리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나라가 더 망할 수 있으니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류 후보는 정부 심판의 적임자를 자임하고 있다. 류 후보는 울산중부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22년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뒤 정직 징계를 받고 사표를 던졌다.
류 후보는 “저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윤석열 정권의 압력에 맞섰다”며 “국회의원에 면책특권, 불체포특권을 주는 이유가 권력에 맞서 싸우라는 것인데, 권력에 꺾인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쓸모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작을은 민주당 차원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13일에 이어 26일에도 동작을을 찾아 류 후보 지원 유세를 벌였다. 류 후보는 이 대표 지원 방문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유세 때마다 류 후보를 “제가 직접 선발해 영입한 인재”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류 후보의 약점으로 꼽힌다. 류 후보는 “저는 40일 준비했고, 나 후보는 4년을 준비해 여러모로 불리하다”면서도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지금은 응원하고 염려해주는 주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류 후보는 경찰 출신임을 살려 총선 공약으로 ‘안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작을은 흑석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이 공사판을 가로질러 등교해야 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다. 또 지난해 집중호우로 남성사계시장이 침수되는 등 재난·재해 대응도 급선무다. 이와 관련해 류 후보는 흑석동 소방안전센터 신설과 재개발·재건축 지역 방범 CCTV 확대 설치, 초등학교 통학로 교통안전지도사 확대 배치, 관내 고지대 도로열선 확대 설치 등을 안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동환 정우진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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