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컨테이너 화물선 ‘달리’가 지난 26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파탑스코 강을 횡단하는 다리의 교각과 충돌했다. 매일 3만4000대의 차량이 오고가는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의 강철 아치들은 선박과 충돌한 후 엿가락처럼 무너져 내렸다. 모든 피해가 집계된 것은 아니지만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이들 외에 통행하던 차량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보인다. 신속하게 교통을 통제해 차량 등의 사고 현장 진입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확보한 해안경비대 보고에 따르면 달리는 오전 1시24분부터 동력을 상실한 듯 조명이 깜박였다. 달리는 1시26분 메릴랜드주 교통국에 “선박이 동력을 잃어 통제력을 상실했으며, 교량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난신호를 보냈다. 2분 후인 오전 1시28분 배는 다리 기둥과 충돌했고, 다리는 20여 초 만에 붕괴됐다.
경찰은 선박이 조난신호를 보낸 직후부터 교통 통제에 돌입했다. 오전 1시27분에 녹음된 경찰 무전에는 “다리의 모든 교통을 통제하라. 통제를 잃은 배가 접근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P통신은 “경찰이 다리 위 교통을 멈추는 데는 (신고 후)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조난신호가 왔을 때 교량을 통제한 당국자들에게 감사하다. 이들이 영웅”이라며 “이들이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선원들이 메릴랜드 교통부에 배를 통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고, 그 결과 지역 당국은 통행을 차단해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사고에서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부분은 명확하다. 객관적인 상황을 담은 신고와 담당자들의 단호한 대처가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담당자가 ‘교통을 통제했다가 별일 아니면 질책이 있을 텐데’라고 머뭇거렸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컸을 것이다. 현장에서 안전을 위해 취한 조치에 대해서는 추후 경미한 상황으로 확인됐다 해도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과유불급이란 단어는 대형 사고나 재난을 대비할 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