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 소녀들에 희망을”… 사랑 담은 동백꽃 함을 선물하다

“신문지라도 사용해보자 해서 써본 거죠. 신문지를 구겼다 폈다 계속 반복하면 부드러워진단 말이에요.”


위생용품을 구매할 돈이 없어 신문지와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했다는 한 저소득 가정 소녀의 사연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2016년 국민일보가 처음 보도한 이른바 ‘깔창 생리대’ 사건이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정부를 비롯해 여러 기업과 단체를 통해 저소득 가정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청소년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 한 명이 한 달에 소모하는 생리대는 40~50개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만원이 넘지만 이마저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여성 청소년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매년 오르는 생리대 가격도 큰 부담이다. 지난해 대비 올해 생리대의 가격 상승률은 27%에 달한다. 반면 정부가 운영하는 생리대 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올해 기준 1만3000원 정도다. 2019년(1만500원)에 비해 5년간 2500원 인상에 그친 셈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회장 김천수 장로)은 저소득 가정 여성 청소년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2020년부터 ‘동백꽃 선물함’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동백꽃 선물함에는 생리대, 파우치, 여성용 청결제, 속옷 등 위생용품과 생필품이 들어있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동백꽃의 꽃말처럼 여성 청소년이 동백꽃 선물함을 통해 위로를 얻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굿피플과 협력하고 있는 한 중학교 관계자는 20일 “여성용품 지원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실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청소년 중에는 지원을 한 번도 못 받은 경우도 있다”면서 “매달 필요한 위생용품이 생각보다 많은데, 대부분 지원이 일시적이거나 한 달 남짓한 분량의 생리대만 지원되다 보니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전했다.

굿피플은 지난 4년간 저소득 가정 여성 청소년들에게 동백꽃 선물함 1570개를 지원했다. 누적 지원 금액은 1억8500만 원에 이른다. 굿피플은 전국 각 지부와 청소년 복지시설인 그룹홈, 사회복지관 등 관계기관을 통해 전국의 여성 청소년에게 지원해왔다.


굿피플 김가을하늘 마케팅팀장은 “동백꽃 선물함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여러 여성 청소년을 만났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며 “여성 청소년들의 필요를 반영해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구성품을 변경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굿피플은 생리대 종류를 늘려 각 여성 청소년들의 상황과 여건에 맞춰 지원하는가 하면 2022년부터는 월경 기간 중 배를 따뜻하게 해줄 보온 팩을 추가하기도 했다.

동백꽃 선물함을 받은 A양(15)은 “위생용품을 사러 슈퍼마켓에 갈 때마다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에 동백꽃 선물함을 지원받게 돼 마음이 편하다”며 “나중에 어른이 되면 후원자님처럼 나누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B양(17)은 “생리를 할 때면 생리대가 아까워서 걱정하면서 사용했는데, 이제는 친구에게 빌려줄 수도 있게 됐다”며 “물품을 준비하고 보내주시는 따뜻한 마음에서 위로를 얻었다”고 전했다.

굿피플은 올해도 이들처럼 열악한 상황에 놓인 여성 청소년을 돕기 위해 동백꽃 선물함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번에 모금된 금액은 6개월분의 생리대를 포함해 각종 위생용품 지원과 함께 더욱 안전한 생리를 도울 청소년들의 월경 교육에 사용된다. 또 저소득 가정의 기초 생활을 위한 생활비 지원에도 쓰일 예정이다.

김천수 회장은 “캠페인이 5년 차에 접어들면서 그간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더 효과적으로 여성 청소년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굿피플은 여성 청소년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혹여 그들에게 낙인 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서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국민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취약계층, 그 중에서도 여성 청소년에게 전달되는 고통은 극심할 것”이라며 “굿피플은 매달 힘든 시기를 겪는 여성 청소년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올해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백꽃 선물함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의 캠페인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굿피플은 2022년 DGB캐피탈과 함께 동백꽃 선물함 130세트를 준비해 서울 소재 아동복지시설과 대구 저소득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에 전달했다. DGB캐피탈 임직원들은 직접 포장 작업에 참여하며 의미를 더했다. 지난 2월에는 제약회사인 알보젠코리아와 협력해 ‘소녀를 담다’라는 이름으로 2000만 원 상당의 위생용품 꾸러미를 지원했다. 굿피플은 이 꾸러미를 디모데지역아동센터와 부산 행복한학교를 통해 취약계층 가정 여성 청소년 153명에게 전달했다. 알보젠코리아와는 4년째 저소득 가정 여성 청소년 지원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동백꽃 선물함 캠페인은 굿피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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