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참석 주주 다수가 고려아연 편에 서면서 영풍의 ‘판정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2가지 핵심 쟁점 중 현금 주당 5000원 배당안이 가결되면서 고려아연이 웃었다. 애초 지분 구조상 가결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정관 변경안은 예상대로 부결됐지만, 참석 주주 절반 이상이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19일 고려아연은 서울 강남 영풍빌딩에서 정기 주총을 열었다. 핵심 안건은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안과 현재 해외법인에만 허용하고 있는 제3자 유상증자를 국내 법인에도 허용하는 정관 변경안이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상정한 2가지 안건에 모두 반대하며 양사간 최초의 주총 표 대결을 일으켰다. 영풍 측은 배당 규모가 전년보다 작다며 지급 규모를 1만원으로 높이는 수정안을 상정했다.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기존 주주의 신주 인수권을 제한하는 조처라며 반대했다. 고려아연이 국내 기업들과 유상증자를 진행함으로써 장형진 영풍 고문 측 지분이 희석되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백기사’를 확보해 지배력을 높이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주총 투표 결과 배당 안건은 가결돼 고려아연이 이겼고, 정관 변경안은 영풍 뜻대로 부결됐다. 고려아연 측 배당 안건(5000원 지급)은 참석 주주 62.74%의 지지를 받았다.
정관 변경안은 예상대로 부결됐지만, 참석 주주의 과반(53.02%)이 고려아연 측 안건에 동의하며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총 출석률을 고려한 장 고문 측 권한 비율은 37~38%로 정관 변경안 가결이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였다.
‘캐스팅 보터’ 국민연금은 두 안건 모두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 차이가 약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 판단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고려아연 측은 “주주들이 당장의 고배당이 아닌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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