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출산율이 0.7을 지나 0.6을 향해 가고 있다. ‘출산율 1’ 이하로 내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청년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결혼은 물론 2세 계획까지 고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결국 아이를 낳고 키우기 어려운 이유를 파악해 그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줘야 한다.
국내 여성고용률은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남녀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20대엔 여성고용률이 높게 나타나다가 30·40대에 이르러 크게 감소하는 ‘M커브’는 한국의 특징으로, 여성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육아로 여성의 경력단절이 발생하면 재직기간의 차이 때문에 남성보다 임금수준이 낮아지는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상 기업들의 임금체계를 보면 동일한 인적자본이나 경력을 가진 남녀의 임금 격차는 크지 않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남녀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직종 구성이나 이직에 따른 근속기간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여성에게 육아 부담이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여성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상대적으로 육아를 병행하기 유리한 저임금 업종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이직 과정에서 임금수준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경력 형성 및 유지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하는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정 기간 휴직하더라도 다시 복귀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유연근무제도를 통해 일하면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부모 맞돌봄 확산을 위해 ‘6+6 부모육아휴직제’를 시행하고 있다. 육아지원제도 사용 시 발생하는 업무 공백이나 동료 눈치를 보느라 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대체인력 지원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이 많은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육아 친화적인 직장문화를 조성할 계획이다.
인구감소 시대에 대응하려면 정부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기업도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관리하기 위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직무역량을 향상하고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일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면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는 청년이 늘어나고, 남녀 임금 격차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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