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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스피어에서 만난 U2

우성규 종교부 차장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스피어가 있다. 높이 112m 지름 157m의 둥그런 공 모양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형 건물이자 공연장이다. 내부엔 1만7000여 객석과 무대, 16만개가 넘는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 펼치면 축구장 2개 넓이인 초고화질 16K LED 스크린이 있어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불시착한 행성 같은 건물 외부 역시 LED 디스플레이가 뒤덮어 그 자체가 세계 최대 옥외 광고판이다. 스피어는 지난 1월 열린 IT 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도 화제의 중심이었다. 카지노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도이자 컨벤션 중심 도시로서 라스베이거스의 위상을 대표한다.

9년여의 공사 끝에 23억 달러(3조원)를 들여 완성된 이 공연장에서 세계적 록그룹 U2가 공연했다. U2는 세계 주요 도시의 경기장을 도는 월드투어 대신 이번에는 라스베이거스에 정주하며 거꾸로 전 세계 U2 팬을 이곳 사막 도시로 불러 모았다. 지난 2일까지 5개월간 40회에 걸쳐 열린 콘서트 가운데 한 편을 현지에서 직접 관람했다. 턴테이블 모양의 무대가 바로 앞에 보이는 자리를 예매해 좋아했으나 콘서트 현장에 도착해서 깨달았다. 이 공연은 객석 뒤편으로 갈수록, 플로어가 아닌 위층으로 갈수록 좋은 자리란 걸 말이다. 록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뒤편 둥글고 거대한 스피어의 초고화질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로 인해 다른 세상으로 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기술적 화려함보다 더 빛나는 건 U2의 메시지다. 보컬 보노는 특유의 연설을 통해 콘서트와 집회를 결합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어린이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구교 갈등을 극복한 아일랜드 사례를 언급하는 등 평화를 위한 중재 노력을 호소했다. 보노는 주일 예배 이야기를 전하며 기후위기 시대 피조세계를 돌보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멸종위기 동식물을 비디오 아트로 보여주면서 대표곡 ‘위드 오어 위다웃 유(With or without you)’에 이어 마지막 곡 ‘뷰티풀 데이(Beautiful day)’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기독교 신앙을 숨기지 않고 사랑과 평화 그리고 환경 보전을 위한 메시지를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U2는 과거 아프리카의 가난과 질병 퇴치를 위한 ‘원 캠페인’, 장애인 올림픽에서 넬슨 만델라와의 공연,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콘서트 등을 펼쳤고, 보노는 이런 활동으로 세 번이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보노와 기타리스트 디 에지, 드러머 래리 멀렌 주니어는 당초 아일랜드 더블린의 복음주의 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록밴드인 이들은 자신들의 노래가 일종의 기도이며 하나님을 예배하는 방식이라고 언급한다. 미국의 복음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로부터 ‘다음 세기에 필요한 전도자’란 이야기를 들은 보노는 2006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신앙을 이렇게 표현했다.

“예수님의 인격을 알게 되면서 성경에 대한 저의 이해는 단순 명료해졌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이 사랑이라고 가르치셨죠. (중략)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사랑이 저를 변화시키도록 마음을 열고, 그 사랑을 행함으로써 반응하지요. 이것이 저의 신앙입니다. 어려운 것은, 제가 이 사랑을 살아내려고 할 때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책 ‘U2 보노 스토리’ 56쪽)

U2가 문을 연 첨단 공연장 스피어는 한국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 하남시는 스피어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9년까지 완공해 K팝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팝 스타 가운데서도 U2와 같은 크리스천 뮤지션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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