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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인 돌봄 인력에 최저임금 차등화, 적극 검토하라


지금 우리가 의사 파업의 난관을 뚫고 메우려 하는 의료 시스템의 구멍처럼, 돌봄·가사 노동은 머잖아 한국 사회의 커다란 구멍이 될 수밖에 없다. 급속한 고령화에 치솟는 돌봄 수요, 사회 구조적 변화가 초래하는 가사 도우미 수요는 한국 사회의 예정된 미래라 불러야 옳다. 이런 돌봄 노동의 비용은 이미 가계에 치명적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 안팎으로 자녀 가구 소득의 60%에 이르렀다. 살인적 부양비에 양육비까지 감안하면 미래세대는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여력을 잃어버릴 상황이다. 그렇게 놔둘 순 없기에 외국인 돌봄 노동이란 아이디어가 제시됐고, 보수적인 한국은행조차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꺼냈다. 귀담아들을 이유가 충분하다.

문제는 외국인 돌봄 인력이 얼마나 쓸모 있는 자원이 되느냐 하는 것일 텐데, 해외에 충분한 선례가 쌓여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은 사적 계약이란 유권해석으로 이런 인력의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해 가용범위 안에 끌어들였고, 일본 독일 영국 등은 고용허가제를 활용해 고비용 허들을 낮췄다. 두 방안은 돌봄 인력의 가격 조정을 통해 외국인 공급자와 내국인 수용자의 만족도를 함께 높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정책적으로 외국인 돌봄 인력을 대거 수용하면서 여성 생산인구가 확대되고 가계 지출의 생산성이 높아져 경제성장에 괄목할 효과를 거뒀다.

돌봄 분야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논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당연히 필요한 그 인력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국내 수요에 부합하려면 어떤 처우를 제공할 것이냐를 따져야 한다. 노동계에선 국내 돌봄 노동자의 처우가 하향 평준화할 것을 우려하지만, 가격은 그 서비스의 질에 따라 시장이 결정케 해야지, 인위적 장벽을 쌓으면 부작용을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한국은행의 제안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탠 ‘지팡이론’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돌봄 인력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지팡이가 될 텐데, 지팡이는 들기 편해야 의미가 있지, 무쇠로 만들어봐야 쓸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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