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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각류 사회 일본, 한국·대만에 역전” 日 석학의 한탄

사회학자 요시미 슌야 교수 진단
“이상한 줄 알면서도 변하지 않아”
부패한 정치, 뒤처진 산업 등 지적


일본은 단단한 껍데기 안에 스스로를 가둔 갑각류나 다름없으며 한국과 대만에 정치·산업적으로 역전당했다는 현지 석학의 진단이 나왔다. 그는 “양당 체제에서 정권교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국·대만과 다르게 일본은 이상한 줄 알면서도 변하지 않는 막다른 골목에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대표적 사회학자인 요시미 슌야(사진) 도쿄대 명예교수는 4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권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과 함께 도쿄 재개발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는 1980년대 말 ‘리크루트 스캔들’과 맞물린 거품 경제를 떠올리게 한다”며 “거품 붕괴가 재발할지도 모르겠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크루트 스캔들은 1988년 구인광고 기업 리크루트홀딩스가 다케시타 노보루 당시 총리를 포함한 유력 인사에게 미공개 주식으로 시세차익을 안긴 뇌물 사건이다. 지금의 일본이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 직전과 유사하다는 것이 요시미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일본은 19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에 따라 단기적이고 금전적으로만 사물을 이해하게 됐다. 2025년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엑스포)나 2021년 도쿄올림픽 같은 거대 이벤트에 질렸다고 생각하면서도 저지하지 않는다. 투자처를 좇기 때문”이라며 “장기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행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누구도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요시미 교수는 수직적 구조의 일본 사회를 단단한 껍데기 안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려는 ‘갑각류 사회’로 규정했다. 그는 “갑각류 사회는 조직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세계화나 디지털화에 부합하지 않는다. 능력보다 소속, 지위, 나이에 따라 평가된다. 일본은 껍데기를 깨뜨려도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취약계층에 부담을 떠넘긴다”며 “그 전형이 바로 일본 정치권이다. 의원의 가치는 입법 내용에 있지만 정당이나 계파로 평가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한국과 대만을 세계화·디지털화의 성공 사례로 언급했다. 요시미 교수는 “한국·대만도 일본처럼 저출산 등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지금은 동아시아에서 양당 체제로 정권교체가 가능한 단 두 개의 국가가 됐다”며 “반도체 같은 산업에서도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은 냉전 때 미국에서 기술을 넘겨받고 국방의 부담을 줄여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정권교체 없이도 안정적으로 유지된 민주주의 국가였다”며 “냉전이 끝나자 상황이 역전됐다. 한국·대만은 냉전의 암흑기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세계화에 적합한 산업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냉전의 수혜자였던 일본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잃어버린 30년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요시미 교수는 “자본보다 문화, 도쿄보다 지방을 기축으로 한 성숙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일본에 놓인 문제들을 그 전환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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