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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 못하는데, 연봉은 억소리

안건 7837건 중 반대표 16건 불과
이사회 1회에 최고 2540만원 챙겨


주요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1년에 1억원 넘는 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100대 기업 가운데 전날 오후 5시까지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제출한 48곳의 사외이사 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사외이사의 평균연봉은 2억320만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8번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회 1회 참석당 2540만원을 챙긴 셈이다.

이어 SK텔레콤(1억6870만원) SK스퀘어(1억5950만원) 삼성물산(1억4620만원) 현대자동차(1억1830만원) 순으로 보수가 높았다. 사외이사 연봉 ‘1억 클럽’에는 포스코홀딩스(1억1630만원) SKC(1억1480만원) 네이버(1억1130만원) LG(1억430만원) LG전자(1억430만원) 현대모비스(1억280만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직 공시 전이지만 2022년 지급 보수를 고려했을 때 SK이노베이션, SK, SK하이닉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LG디스플레이 등도 1억원 이상 기업군에 포함 가능성이 크다. 사외이사 연봉이 5000만원 미만인 곳은 코웨이(4200만원) 카카오페이(3750만원) 코스모신소재(3600만원) 등 3곳에 그쳤다.

‘고액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1년간 309개 상장회사의 이사회 안건(7837건) 가운데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행사한 사례는 0.2%(16건)에 불과했다.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8월 캐나다에서 ‘호화 이사회’를 열고 총 6억8000만원을 지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은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교수, 전직 관료·법조인 등에 쏠린 사외이사 구성을 다양화하고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 237개 계열사 사외이사들의 전문 분야를 분석한 결과 법률·정책 분야와 재무·회계·세무 분야가 51.0%를 차지했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둔 계열사는 조사 대상의 11.4%(27곳)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한국의 시간 당 최저임금(9860원)만 고려해도 사외이사들이 근무시간보다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며 “자신들에게 유의미한 경제적 도움을 주는 곳에 대해 쓴소리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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