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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아 성감별 금지’ 위헌, 낙태 막을 입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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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2주 이전까지는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현행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태아의 성별 고지 제한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 달성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고,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이 즉시 무효가 되면서 임신부와 가족들은 아무때나 태아의 성별을 의료진에게 알아볼 수 있게 됐다.

헌재는 과거 남아 선호 사상이 심하던 시절에는 태아의 성을 감별해 선택적으로 출산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는 양성평등 의식이 자리잡으면서 성별을 가려 출산하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임신 32주 이전에도 많은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만 실제 처벌받는 경우는 10년간 한 건도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낙태 건수 가운데 임신 10주 이전에 89.8%가 이뤄지고, 16주 기준으로 보면 97.7%에 이르기 때문에 90% 이상은 태아의 성별을 모른 채 낙태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태아 성감별 제한법이 사문화된 채 부모의 알권리만 제약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2021년부터 낙태죄 효력이 상실됐음에도 후속 입법이 안된 상황에서 태아 성감별 금지법까지 사라지면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막을 방법이 없다. 확률이 낮다고 하지만 몇 명의 태아라도 성별이 낙태의 잣대가 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의료계조차 ‘착상 전 유전검사(PGT)’를 통해 태아의 성별을 미리 감별해 선별 출산하는 생명윤리 위배 행위 등을 우려한다. 따라서 태아 성감별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 장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태아 성별을 아무 때나 알 수 있다면 부모들의 선택적 출산 욕구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과거 남아 선호 사상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오히려 여아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남아를 임신했을 때 낙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남아 선호 사상이 완전히 사라졌는지도 의문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와 태아 성감별 금지법 위헌으로 이제 낙태를 처벌할 근거가 없어졌다. 국회는 낙태죄의 보완 입법을 서두르고, 성감별 및 고지 행위도 시기나 방법 등을 따져 태아의 생명을 지키는 법안은 존치해야 한다. 부모의 알권리가 태아의 생명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 단 한 명이라도 성별을 이유로 엄마 뱃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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