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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크라 수준으로 떨어진 출산율… 초당적 결단 시급하다


반전 없는 출산율 최저치 경신에 이젠 ‘저출산 쇼크’라는 표현도 진부해졌다.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4분기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2022년(0.78명)보다 0.06명 줄어든 0.72명으로 떨어졌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명 밑인 0.68명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침공으로 2년 넘게 전쟁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0.7명)보다 낮아지는 셈이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경고한 ‘1호 인구소멸국가’ 달성은 이제 시간문제다.

그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인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저출산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총선 분위기와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에 저출산 대책은 뒤로 밀려난 형국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2년이 가까워가는데도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년) 수정판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초 예정했던 일가정양립지원정책 발표는 커녕 자리 교체로 어수선하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임한 부위원장 자리의 부총리급 격상이 논의되고 있다는데 저출산 대책 마련보다 시일을 다투는 사안인가. 나경원 전 부위원장이 지난해 초 출산 시 대출 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 저출산 모델’을 발표했다가 대통령실이 정부 내에서 논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끈하자 사퇴한 사건이 오버랩된다. 당시엔 황당하게 들렸던 헝가리 모델이 지금 다시 주목받는 건 저출산을 되돌릴 돌파구 없이 세월만 보냈음을 말해준다. 오죽하면 부영 같은 중견기업이 정부는 엄두도 못 내는 1억원의 출산 장려금 지원책까지 내놨겠는가.

저출산위는 저출산 대책 재원 11조원 조달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끌어다 쓰는 방안을 내놨지만 교육계 반발에 부닥쳤다. 대통령이 나서도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안에 의사들 반발이 심한데 부총리급 저출산위 부위원장이 이권 카르텔로 똘똘 뭉친 교육계를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뿐 아니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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