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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고리’ 없는 번지점프장… 관할 부처도, 규제할 법도 전무

스타필드 안성 사고, 안전요원 입건
도입 30년째에도 법안 마련 안돼
신고제에서 허가제 전환부터 필요

지난 26일 오후 4시 20분께 스타필드 안성 3층에 위치한 ‘스몹’(스포츠 체험시설)의 실내 번지점프 기구에서 60대 여성 이용객 1명이 8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번지점프 기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최근 경기도에서 번지점프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번지점프 사고가 심심찮게 반복되고 있지만, 관리 의무 및 처벌 등을 규정한 법적 근거는 전무한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스타필드 안성’의 스포츠 체험시설 ‘스몹’에서 번지점프 체험을 하던 60대 여성 A씨가 8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A씨는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카라비너(구조용 고리)는 결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은 27일 사고 현장에 있던 스몹 소속 안전 요원 20대 B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 후 스몹에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번지점프는 1995년 8월 대전 엑스포 박람회 부지에 국내 최초로 도입됐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 따르면 번지점프 이용자는 연평균 1800여명에 달한다. 매년 이용자가 수천명에 이르다 보니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2016년에는 강원도 춘천의 한 번지점프 시설에서 안전조끼에 연결된 코드줄이 분리되면서 탑승자가 42m 아래 강물에 빠져 중상을 입었다. 당시 직원이 코드줄을 안전고리에 걸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4 년 경기도 가평군에서도 안전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뛰어내린 30대 여성이 숨졌고, 2008년 나주에서도 수명이 다한 로프가 하강 도중 끊어져 30대 남성이 사망했다.

번지점프는 건축법상 공작물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사업주가 번지점프를 설치·운영하려면 별도의 허가 없이 지방자치단체에 축조 신고만 하면 된다. 롤러코스터 등 규모가 큰 놀이기구는 관광진흥법상 유원시설로 분류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를 받지만, 번지점프는 어떤 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정기점검, 안전교육 등 사업주의 의무도 명확히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번지점프는 유원시설이 아닌 자유 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소관 부처도 없다”고 말했다.

번지점프 사고가 잇따르면서 규제 법안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관련 법안은 17대 국회 때부터 5차례나 발의됐으나 번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2021년과 2022년에 발의한 ‘레저스포츠 진흥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해당 법안에는 문체부가 번지점프 등 레저시설 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안전성 검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번지점프와 같이 위험도가 높은 레저스포츠에 대해 일괄적으로 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건축법상 신고제와 허가제를 나눌 때 현행처럼 시설 규모가 아니라 위험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시설 및 장비 정기검사, 정기적 부품 교체 등 관리 감독이 엄격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입법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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