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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격상

“혈액암 피 검사도 못해” 불안 폭증
이번 주말 의료대란 사태 해결 고비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23일로 나흘째에 접어들며 환자들이 하루하루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선 혈액암 환자의 피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의료공백’은 확산하는 중이다. 의료계 안팎에선 이번 주말이 사태 해결의 고비라고 본다.

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는 두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암 환자 카페에는 혈액암 투병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이 ‘의료파업이 너무 두렵다’고 쓴 글이 올라왔다. 지난 1일 아내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그는 ‘혈액암은 매일 백혈구, 호중구, 혈소판 수치를 확인해야 하는데 파업으로 피검사를 아예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퇴원 일자가 다가오는데 병원에선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숙주 반응에도 재입원은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급성 숙주 반응이 나타났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말기 암 환자 어머니를 둔 딸은 “어머니가 호흡곤란에 혈압이 오르는 중인데 현재 있는 요양병원에서는 대학병원에 가라고 한다. 더 시급한 환자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실정인데 대학병원에 간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암 환자들의 외래 및 통원 항암치료도 미뤄지고 있다. 양현정 위관기질종양(GIST) 환우회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항암치료라는 게 한 달 이상 늦춰지면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지금은 의료 공백 초기라 체감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보건의료재난 경보 단계를 최고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정부는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을 최대로 연장하고, 주말·휴일 진료를 확대한다. 중증·위급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조율하는 광역응급상황실을 다음 달 초 4개 권역에 신규로 열어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또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모든 병·의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정부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은 94개 병원에서 8897명이다. 이 가운데 7863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신규 40건을 포함해 189건에 달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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