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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기자의 느낌표!] 기독인은 치우침 없이 균형·조정자 역할을

영화 ‘건국전쟁’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과정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관심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을 다룬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이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제목처럼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행한 활동들을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정 성향의 사람들은 물론 일부 정치권에서도 영화에 열광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한 정치인은 “그동안 잊혔던 영웅이 되돌아온 느낌”이라며 “지금이라도 위대한 건국 대통령을 기념하는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를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수많은 지지에 힘입어 지난 21일까지 건국 전쟁의 누적 관객 수는 80만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영화 흥행에 있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일부 기독교계에서 주도적으로 영화의 바람몰이를 한다는 점이다. ‘단체 관람’이 대표적이다.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1500여명씩 기독교인들과 교회 단위에서 단체로 관람했다는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을 지지함과 더불어 교회의 ‘장로’로 대변되는 그의 개인 신앙 부분까지 동질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 인물에 대해 누구나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다만 그것이 극단화 또는 편향화가 되면 문제가 된다. 이 같은 점은 특정 정치 성향이 있는 사람들만이 아닌 일부 기독교인들에게서도 나타났다. 교인들의 단체 관람 후기 영상엔 이승만 대통령을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옹호하면서 ‘빨갱이가 된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 ‘전교조를 박살 내야 한다’ 식의 섬뜩한 발언이 많았다.

이승만은 공과가 혼재하는 인물이다. 농지개혁이나 공산주의 방지 등에 공로가 있다. 하지만 과오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게 역사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제기되는 이승만의 과오들을 살펴보면 친일파 청산 실패, 제주4·3사건 등에서의 민간인 학살, 사사오입 개헌 등 의회민주주의 파괴, 정치깡패를 동원한 폭력 정치, 조봉암 등 정적에 대한 사법살인, 3·15부정선거 등이다. 역사학계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에서도 이승만의 과오를 드러내는 부분이 있다.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적시한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문제가 많은 인물을 기독교인들이 편향적으로 옹호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대상을 향해 이념적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계는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같다. 하나는 영적 영역으로 여기선 기독교의 정체성을 시종일관 견지해야 하기에 불가피하게 편향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가령 성오염(성혁명) 문제 등은 근본적으로 기독교 정체성에 반하기에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사회적 영역이다. 여기선 교계가 대체로 균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기독교 정체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부정적인 측면들을 외면한 채 편향적으로 지지하는 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더구나 교회 공동체 안에는 정치적으로 입장이 다른 교인이 얼마든지 있다.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직접 표출하면 공동체는 파괴된다. 그동안 한국 기독교의 신뢰도가 추락한 것은 균형과 조정 역할에서 벗어나 되레 갈등과 증오 유발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측면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일부의 잘못된 행동은 기독교계 전체의 행동으로 일반화돼 결국 심각한 타격을 줄 뿐이다.

구약성경 신명기 5장 32절에 나오는 “그런즉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의 말씀이 필요하다. 교회나 기독교인들이 정치·사회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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