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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의 어구 둘러싼 엉뚱 발랄 블랙코미디

[책과 길] 프라이스 킹!!!
김홍 지음, 문학동네, 264쪽, 1만5000원


동서울터미널 앞 노점 장사로 시작해 세상의 모든 물건을 사고파는 전설적인 장사꾼으로 거듭난 배치 크라우더. 그의 본명은 박치국이다. 그는 절대로 팔 수 없는 것을 절대로 사지 않을 사람에게 팔아내는 사람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전국의 ‘ㄱ’이 실종되고, 벼룩시장에 ‘뭐든 사고 팝니다’라는 광고를 내며 등장한 배치 크라우더는 전 국민이 백 년 동안 쓰기에 넉넉한 ‘ㄱ’을 확보해 정부와 거래를 시작한다. 배치 크라우더는 이 일을 계기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지만 돌연 자취를 감춘다. 그를 둘러싼 소문만 무성하던 어느날 배치 크라우더가 서울 외곽의 한 작은 마을에 ‘킹 프라이스 마트’를 개업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마을에서 평생을 살아온 청년 구천구가 억조창생 여사의 소개로 마트에 취직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억조창생 여사는 배치 크라우더를 통해 어떤 선거에서든 53%의 득표율로 승리하게 해준다는 전설의 성물 ‘베드로의 어구’를 손에 넣으려 한다.

소설은 구천구라는 인물이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 앞에 놓인 상황과 싸우며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또 ‘세상에 사고 팔지 못하는 건 없다’는 자본주의 논리를 날카롭게 찌른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만나 요동치는 지점을 포착해 낸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홍은 기발한 설정과 엉뚱한 상상력,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빛나는 문학세계를 다져왔다.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장편소설 ‘스모킹 오레오’ ‘엉엉’ 등 이전 소설들에서 보여준 매력을 김홍은 ‘프라이스 킹!!!’에서 이어간다.

이번 작품은 그가 지금까지 구축해 온 소설세계를 한 뼘 더 넓히는 시도다. 그는 자신이 쓸 수 있는 이야기의 범위가 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증명한다. 작가 은희경은 이 소설에 대해 “문장과 묘사는 정밀하고 구성은 치밀한데, 동시에 시종일관 그런 정합성을 흐트러뜨리기로 작정했다”고 평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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