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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노키즈존

한승주 논설위원


2019년 3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모키스 구디즈’라는 카페는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매장 입구에 적어놓은 ‘6세 이하 아동 출입 금지’ 문구 때문이었다. 이 지역 카페에서 아동 출입을 금지한 첫 사례였다. 카페 주인은 개인 가게라 문제 될 것 없다는 글을 올렸다가 더욱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이 사건은 독일에서 아동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해외에서는 ‘차일드프리(child-free) 존’이라는 표현을 쓴다. 외국에도 식당 카페뿐 아니라 도서관 철도 호텔 등 어린이 출입이 금지된 곳이 적지 않다.

국내에 노키즈존이 생긴 건 2010년대 초반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아이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사고 우려와 이로 인한 업주 책임 때문이다. 2011년 부산에서 10세 아이가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혀 화상을 입었다. 당시 법원은 식당 주인에게 과실 100%를 적용해 4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노키즈존 확산의 계기가 된 판결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노키즈존은 차별이라고 규정했음에도 전국에 이런 업소는 540곳이 넘는다. 이는 아동 차별에서 나아가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 출산 의지를 떨어뜨린다. 가뜩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급기야 프랑스 언론이 한국의 노키즈존을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르몽드는 19일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우려스럽다며 일종의 낙인찍기라고 해석했다. “집단 간 배제, 타인의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소개했다. 노키즈존만 있는 게 아니다. 노시니어존, 노외국인존, 노스터디존 등도 생겼다. 누구나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니 우려스럽다. 좀 더 포용적인 사회로 나갈 순 없을까. 해외까지 소개된 노키즈존 논란은 씁쓸하기만 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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