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산재 처리를 쉽게 해주는 특정 병원을 알선하고 비정상적인 고액 수임료를 받은 노무법인이 정부 조사에서 적발됐다. 정부는 ‘산재 브로커’에 대한 엄중 조치와 함께 산재보험 부정수급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노동계는 “극히 일부 사례를 카르텔로 몰아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산재 카르텔과 같은 부조리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국회감사에서 ‘나이롱 환자’ 등으로 산재보험 재정이 새어나간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이뤄졌다. 고용부가 지난해 11~12월 특정감사와 지난달 노무법인 점검을 통해 적발한 부정수급 사례는 486건이다. 적발액은 약 113억2500만원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일부 노무법인이 ‘브로커’ 노릇을 하는 위법 행위가 드러났다. A노무법인의 경우 재해자에게 특정 병원을 소개하고, 소음성 난청 산재보상금 4500만원 중 30%인 1500만원을 수임료로 명목으로 떼어갔다.
자격이 없는 사무장이 산재보상 전 과정을 처리한 정황도 발견됐다. 근골과 난청 관련 산재 신청·소송 수수료로 1700만원을 지급했는데, 노무사나 변호사를 만나지 못하고 사무실 직원이 모든 상담·신청을 담당한 사례 등이다.
고용부는 이런 위법 정황을 토대로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곳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정수급 적발 사례에 대해서는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진행 중이다.
전반적인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정부는 근로자의 산재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질병 추정의 원칙’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 원칙은 특정 질병의 경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일부 현장조사 절차를 생략하는 제도다.
고용부는 또 급증하는 소음성 난청에 대한 과도한 보상을 바로잡고, 표준요양기간 등을 통해 장기요양환자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산재 승인 건수의 0.3%에 불과한 부정수급 사례를 산재 카르텔이라 주장할 만한가”라며 “근골격계 질병의 경우 추정의 원칙 도입 취지가 무색할 만큼 실효성 문제가 심각하고 소음성 난청 노동자들도 장기간 소송으로 제대로 된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부정수급 문제는 일부 극단적 사례를 들어 산재 노동자 전체를 모욕할 것이 아니라 부정수급 담당 인력 확충 및 능력 제고, 적발시스템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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