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회심 첫걸음은 이단 상담소 찾는 것부터

배 속에 열 달을 품고 20년 넘도록 키운 딸이었다. 하지만 신천지에 빠진 딸은 고작 1년을 알고 지낸 신천지 사람들을 더 믿었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고 허망했다. 심장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소(소장 탁지일 교수)가 전한 50대 A씨 사연이다.

이단·사이비 종교에 빠진 가족을 둔 이들은 대부분 A씨와 같은 경험이 있다. 그들은 직업은 물론 가족까지도 얼마든지 내팽개칠 수 있게 만드는 곳이 이단·사이비라고 목청을 높인다. 이단에 빠지지 않게 대처하는 일만큼 중요한 건 이단에 빠진 이들의 온전한 회심을 이끄는 일이다. 국민일보는 사이비·이단에 빠졌다가 인고의 시간 끝에 회심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A씨는 20일 당시를 회상하며 “달걀로 바위를 치는 듯했다”고 말했다. 겨우 딸을 설득해 이단상담소까지 데려왔지만 딸은 자신의 생각을 들키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단 상담을 두고 한 달간 이어진 줄다리기 끝에 A씨의 딸은 점차 신천지가 강조한 교리가 실제 성경 내용과 완전히 어긋난다는 점을 깨달았고, 결국 마음을 돌이켰다.

A씨 딸처럼 일단 이단 상담에만 들어가면 대부분 이단 교리는 깨진다. 하지만 상담까지 이끄는 일은 쉽지 않다. 신천지 등 한국교회가 이단·사이비 종교로 규정한 단체들은 내부 신도들에게 이단 상담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놓는다. “이단 상담소는 돈벌이에 급급한 곳이다” 같은 거짓 정보를 흘리며 매도하기도 한다.

기자가 만난 신천지 탈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들은) 신천지 내부에 있을 땐 상담받는 일을 두려워한다. “신천지에 있다가 나가게 되면 영이 죽는다”는 식의 가르침을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탈퇴자는 “신천지의 경우 개종 교육을 받으러 가는 장소에 발만 들여도 지옥행이라고 신자들을 협박하는 때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이단들의 또 다른 세뇌 공작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한상협) 협회장 진용식 목사는 “피해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상담소를 찾는 것”이라며 “오히려 폭언하고 협박하는 강제 개종은 효과가 없기에 절대 강제로 상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교회에는 주요 이단별로 대처하는 전문상담 기관이 여럿 있다. 전문가들은 이단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을 통한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족이 이단에 빠졌다는 걸 안 뒤 섣부르게 대처하는 건 금물이다.

대부분 이단은 내부 신도에게 이단 상담에 들어갈 때 필요한 대처법을 철저히 교육한다. 이단 상담을 받을 낌새라도 보이면 조직적으로 방해하기도 한다. 앞선 A씨의 딸 역시 회심 상담을 받자는 권유에 가출을 감행했다. 딸은 A씨가 자신을 감금한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어느새 따라 온 신천지 신도들까지 가세해 A씨는 딸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단상담 전문가들은 가족이 이단에 빠진 것을 알게 됐을 경우 다투거나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상담소를 먼저 찾아 대책을 논의하라고 조언한다. 한상협 광주상담소 소장 임웅기 목사는 “가족이 자신을 설득하려 시도하면 그들은 신천지 지도부에 이를 보고한 뒤 철저한 지도를 받는다”며 “가족이 이단에 빠진 정도에 맞춰 필요한 대처법을 상담소와 먼저 논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단 피해자의 온전한 회심을 위해서는 이단 상담소의 전문적인 상담과 가족들의 철저한 대비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는 의미다. 또 이단 상담은 보통 짧게는 5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걸리기에 가족들의 꾸준한 관심과 인내가 중요하다. 신천지 탈퇴자인 30대 여성 B씨도 “회복 과정 중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부모님의 사랑과 기도였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요즘엔 이단들이 세운 가짜 상담소도 많으니 한상협 등을 통해 제대로 된 기관인지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임보혁 기자 김수연 박윤서 최하은 인턴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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