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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공의들은 환자와 가족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 모여 임시대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전국 주요 병원에서 전공의 절반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낭독하고 의사 가운을 입은 이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 15일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어느 전공의는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고 강변했다. 환자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환자를 내팽개치고 병원 문을 나선 의사의 자기 합리화 치고는 지독한 선민의식이자 집단 이기주의의 발상이다. 환자를 고치고 살리는 것이 의사의 존재 목적인데 이를 부인한 것이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병원을 그만두는 이들에게 의사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귀에는 환자와 가족들의 애끊는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운 대형 병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양성종양수술을 전면취소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오늘부터 수술 일정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무더기로 수술 취소가 통보됐다. 그중에는 1년 전부터 예약된 자녀의 수술을 앞두고 보호자가 회사를 휴직한 경우도 있었다. 응급실도 곳곳에서 파행이었다. 어제 새벽 서울대병원 응급실에는 2년 전 이 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은 여성이 갑작스런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왔으나 입원을 거부당했다. 엑스레이 촬영 같은 간단한 검사를 받기 위해 환자들이 장사진을 친 병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의대 교수들과 간호사들이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투입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퉈 의대 정원을 늘리고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도 의사들이 이를 반대하면서 집단행동을 벌인 곳이 없었다. 오히려 독일과 미국의 의사단체들은 의사 정원 확대를 정부에 먼저 요구했다. 왜 유독 한국 의사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서도 기득권 유지에 집착하는가.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심각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병원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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