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갈등과 분열에 지친 삶

Է:2024-02-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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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산업1부 차장


뉴스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요즘이다.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감정 소모가 심해 애써 외면한다는 사람도 있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염원했던 국민은 호화 군단 졸전의 이면에 손흥민과 이강인 등 국가대표 선수 간 불화가 있었다는 뒷이야기가 알려지자 분노했다. 선수 탓만 하다 70억원이 넘는 위약금을 챙겨 미국으로 가버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겐 ‘투자의 귀재’라며 조롱하는 수식어가 붙었다.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를 50여일 앞둔 정치권은 역시나 사분오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 물갈이를 놓고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 계파 갈등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각종 잡음을 낳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꼼수’ 위성정당이 판을 치고, 제3지대 통합 세력인 개혁신당은 예상했던 대로 이준석과 이낙연의 ‘불편한 동거’를 보는 국민의 마음이 불편할 정도다.

해외로 시선을 넓히면 세계는 ‘전쟁’으로 인해 아군 또는 적군 둘로 쪼개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오는 24일로 발발한 지 만 2년이 된다.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른 나라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교란 등 전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촉발한 홍해 물류대란은 최소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미·중 패권 다툼까지 더해져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전쟁 비용 청구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기업의 경영 환경을 옥죄는 상수가 됐다.

이처럼 갈등과 분열이 들끓는 소식이 매일 여과 없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트라우마를 소환할 정도의 파급력 있는 뉴스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醫)-정(政) 갈등이다. 일차적으론 의료계와 정부의 힘겨루기지만, 국민 80% 가까이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의료계는 국민과도 골이 깊은 대척점에 섰음을 알아야 한다. 주위에 의대 증원 자체만 놓고 찬반 의견을 물었을 때 반대의 목소리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다만 정책의 완성도와 정부의 거친 접근법을 놓고는 다른 시선이 있다. 문재인정부는 400명 증원을 추진하다가 의료계의 강렬한 저항에 쉽게 백기를 든 바 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이보다 5배 많은 2000명 증원을 강행할 기세인데도 의료계는 섣불리 파업 강수를 두지 못하며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국민의 여론이 의대 증원 정책 지지로 압도적으로 쏠린 것은 의사 집단에 억눌린 민심이 반영된 것일지 모른다. 생명을 볼모로 집단 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한다는 부정적 인식은 예상보다 더 뿌리 깊은 것 같다. 병원이라는 공간과 의사라는 직업군의 사람이 주는 묘한 거리감도 한몫하는 느낌이다. 지금 지방의 의료 현장은 처참 그 자체다. 소도시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몇 년 전 전남 강진의료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전공의가 없어 아무런 처치를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지인의 사례가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정부 관점에서 의대 증원 시비는 국민적 공감대가 가장 강력한 무기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로,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16%)를 크게 앞섰다. 정치권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해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편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독단적인 처리보단 소통을 기반으로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개인과 집단으로 이뤄진 사회는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분열보다는 통합을, 대립보다는 대화를 추구해야 한발이라도 더 나은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다.

김혜원 산업1부 차장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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