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오는 중풍, ‘망막혈관폐쇄증’은 어떤 질환?

심하면 실명 올 수도, 발병 24시간 내 혈전용해제 투여로 시력호전 기대

[쿠키 건강] 강원 춘천에 거주하는 김지훈(22·남, 가명)씨는 어늘 갑자기 찾아온 시력저하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춘천성심병원에서 안저검사와 형광안저 촬영을 통해 혈전에 의해 망막동맥이 막혀서 나타나는 ‘망막중심동맥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춘천성심병원 안과 임지원 교수, 신경외과 황교준 교수팀은 응급실 내원 2시간 안에 신속하게 망막동맥에 혈전용해제를 주입해 망막의 혈류를 개선하고 시력이 호전되는 효과를 거뒀다. 김지훈씨는 내원 당시 0.04이던 시력이 1.0으로 회복한 후 퇴원해 아무런 지장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이처럼 눈으로 공급되는 혈관이 막혀 시력저하 또는 실명까지 나타날 수 있는 질환 ‘망막혈관폐쇄증’은 어떤 질환일까?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안과 임지원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망막혈관폐쇄증’에 대해 알아본다.

◇치료시기 놓치면 실명 올 수 있어

중풍과 비슷한 원인으로 최악의 경우 실명까지 야기할 수 있는 질환이 ‘망막혈관폐쇄증’이지만, 그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은 동맥으로부터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정맥을 통해 각종 노폐물이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 이 흐름이 차단되면 조직은 급속하게 망가진다. 혈관 내 찌꺼기인 혈전에 의해 뇌혈관이 막히는 것을 흔히 중풍, 즉 뇌졸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혈전이 눈 속의 망막 혈관을 막는 것을 눈에 발생한 중풍을 의학용어로는 망막혈관폐쇄증이라고 부른다. 동맥이 막히는 경우와 정맥이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망막중심동맥이 막히는 경우를 망막중심동맥폐쇄증이라고 하고,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실명의 위험이 높은 위험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망막은 안구의 안쪽에 위치한 얇은 막으로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카메라 필름에 해당)이다. 망막에는 혈액을 운반하는 수많은 실핏줄들이 존재하는데, 이들 일부가 막히면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진다.

임지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저망막동맥이 막히는 ‘망막중심동맥폐쇄증’은 갑작스런 시력저하가 나타나고 실명위험이 높은 응급질환”이라며 “이 경우 갑자기 눈앞에 먹구름이 잔뜩 낀 것처럼 깜깜해지면서 90%이상에서 시력이 눈앞의 손가락 개수를 셀 수 있는 정도로 급격하게 저하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통증은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안 보이는 흑암시가 선행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눈은 맥락막(안구벽을 구성하는 세 개의 안구막 중 내층의 망막과 외층의 공막[鞏膜] 사이에 끼어 있는 중앙 막. 안구 중막이라고도 하고 색소세포와 혈관이 많아서 안구혈관막이라고도 한다)과 망막중심동맥의 이중 혈액 공급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다.

망막중심동맥이 막히게 되면 즉각적으로 비가역적인 허혈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허혈변화가 진행되기 전인 24시간 이내에 망막의 혈류를 회복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경우 통증이 없고 외형상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일시적인 형상으로 여기거나 노안으로 예사로이 넘기는 경우도 많다. 혈관이 막히고도 치료가 가능한 시간이 지난 후 내원하게 되면 시력을 회복시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0%에서는 아차적으로 신생혈관 녹내장이 생겨서 이중으로 고통 받게 된다.

◇고혈압 등 성인병이 주원인, 혈전용해제 투여로 시력호전

망막중심동맥폐쇄증은 통상적으로 1만 명 당 1명꼴로 발생하며, 양쪽 눈 모두에서 발병하는 경우도 1~2%로 알려져 있다.

임징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60대 초반에서 잘 나타나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잘 발생한다”며 “고혈압, 당뇨병, 비만, 심장병 등 전신적인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기저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45세 이하의 젊은 환자에서는 편두통, 심장판막질환, 거대세포동맥염, 혈액응고질환 같은 전신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3~4배 정도 더 높으므로 망막혈관이상이 발견됐다면, 안과적 치료로 끝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전신적인 검사를 통해 숨어있는 이상을 찾아봐야 한다. 또 60대 이상이라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으로 눈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필수다.

망막동맥혈관폐쇄증이 이미 온 경우라면 뇌혈관이나 심혈관 계통에도 혈전으로 인한 폐쇄가 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안과 검진뿐 아니라 신경과나 내과 등에서 전신검사를 동시에 받아 보는 것이 좋다.일단 망막동맥폐쇄증이 진단되면 최대한 빠르게 망막의 혈류를 회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며 이외에 혈전 용해제나 혈액 순환제 등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임지원 교수는 “기존에는 망막혈관이 막히면 안구 내 액체를 뽑아 안압을 낮추거나 혈관확장제를 사용하는 것이 기존 치료방법이었다. 하지만 시력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발병 후 24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망막중심동맥폐쇄 환자에게 망막혈관에 직접적으로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동맥의 흐름을 개선시킬 경우 기존의 방법보다 좀 더 효과적인 시력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만성질환 예방과 치료로 시력도 보호

망막동맥혈관폐쇄증은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무엇보다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혈액순환이 개선돼도 허혈성 변화가 광범위하게 눈의 기능을 떨어뜨려 실명뿐만 아니라 이차적인 녹내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급작스러운 시력저하가 발생한다면 즉각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 망막동맥혈관폐쇄증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의 원인이 되는 전신적인 혈관질환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동맥경화증의 예방과 치료이다.

임지원 교수는 “금연과 올바른 식습관, 꾸준한 운동은 눈중풍 뿐 아니라 뇌중풍 또한 막을 수 있는 좋은 예방법”이라며 “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평소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필수이며 흡연, 과음을 삼가는 게 바람직하며 갑작스런 혈압 상승이나 과로, 급격한 기온 변화 등도 혈관 폐쇄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songbk@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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