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으로 생긴 ‘이명’ 하찮게 여겼다가는…

전신질환으로 보고 접근해야… 머리 열부터 내리는 것이 우선

[쿠키 건강] ‘후유증’은 자칫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무섭지만 대부분 하찮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가 큰 코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돌발성난청’, ‘구안와사’, ‘감기’, ‘치과 치료’, ‘교통사고 타박상’ 의 공통점은 모두 ‘이명’을 후유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왜일까. 유종철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봤다.

본래 이명은 외부의 자극이 없는데도 다양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소음에 대한 주관적 느낌이다. 현재까지 이명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되진 않았지만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나 청신경에 이상이 있고 귀에서 뇌로 소리가 전달되는 경로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손상을 입게 되면 이명 발생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임상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돌발성난청= 이명 후유증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돌발성난청’이다. 발생 당시 직접적인 원인 없이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고 귀 울림이 일어나는 증상으로 혈류의 흐름에 장애가 생겨 달팽이관의 청각세포가 손상되면서 발생한다.

발병 즉시 2주 내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료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고 3개월이 지나면 치료자체가 거의 어렵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무직 노동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스트레스가 원활한 혈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이 무서운 것은 ‘이명’이 동반될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잠복기’가 있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돌발성난청 치료가 끝난 지 몇 년이 흘러 실제로 이명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 이는 난청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도 병의 원인이 온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면역력이 약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얼마든지 또 다른 후유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감기와 중이염= 감기와 만성 중이염도 돌발성난청에 못지않다. 지속적인 콧물과 비폐색(코막힘)으로 코를 수시로 세게 풀면 이관을 통해 압력이 중이로 전달된다. 이로 인해 고막에 파열과 염증이 생기면서 중이염으로 발전하고 이는 농액이 혈관으로 스며들어 이폐감(귀가 먹먹한 느낌)과 함께 이명을 유발한다.

한의학에서도 이를 풍열이명(風熱耳鳴)이라고 해 울체된 간의 기운이 머리와 귀로 상승해 화기가 정체되면서 귀안에 농이 생기고 이명과 함께 발열과 심한 두통 등을 동반한다고 보고 있다. 보통은 중이염 치료와 함께 이명증상도 없어지지만 만성 환자의 경우 장부의 균형이 깨지고 폐, 비위, 대장의 기운이 떨어져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이때는 귀에 대한 치료보다 저하된 오장육부의 기능을 높여야 한다.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 안면신경이 마비돼 눈 코 입이 삐뚤어져 얼굴이 비대칭이 되는 ‘구안와사’도 이명을 후유증으로 남길 수 있다. 안면신경은 뇌부터 귀 뒤에 튀어나온 뼈 부분인 ‘유양돌기’를 지나는데 이 부분에 염증이 생기면 갑자기 입술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귀 뒤쪽에 뻐근한 통증이 생기는 등 감각기관에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 역시 귀 쪽부터 시작되는 문제여서 발병초기에 집중 치료가 미흡하거나 신경 손상도가 심한 경우 ‘이명’으로 진행된다.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의 발병 이유를 체내대사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인 ‘담음’이 면역력 저하로 인해 잘 배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풍(바이러스를 포함한 감기 원인자)’이 침입해 생기는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 동의보감 내경편에 있는 왕은군담론(王隱君痰論)에서는 ‘담이 있으면 두풍증과 어지럼증이 있고 눈앞이 아찔해지면서 이명이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안와사는 극도의 피로감, 영양실조, 수면부족은 물론 요즘처럼 매서운 강추위에 장시간 귀가 노출됐을 때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 발병할 수 있다.

◇치과 치료= 이명의 다양한 원인 중 턱관절에 위치한 신경과 부정교합으로 인한 문제를 빼놓을 순 없다. 턱관절에는 후신경, 시신경, 활차신경, 내이신경 등 12개의 신경이 밀집해 있고 이들 중 9개 정도가 뇌신경과 연결돼 있어 문제가 생기면 평형기능과 청신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주로 치과 치료 중 하악골 신경을 건들거나 치아교정 중 부정교합 또는 치아의 비정상적인 마모가 일어나면서 이명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턱관절 위치가 후방으로 이동하면서 측두골(평형청각기를 내장한 관자뼈)을 압박해 이명을 야기하기도 한다.

일단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은 이명 외에도 편두통, 뒷목경직, 어깨 결림, 어지럼증 등 다양한 전신적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과 치료 후 돌발성 이명이 생겼다면 즉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교통사고와 타박상= 임상적으로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교통사고로 머리와 목 부위에 타박상을 당한 후 후유증으로 이명을 호소하는 이들도 간혹 존재한다. 특히 경추는 충격이 가해졌을 때 주변 근육과 인대가 순간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순환장애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머리로 올라가는 혈행에 문제를 초래해 목의 만성적인 통증은 물론 이명과 두통을 초래한다.

이렇게 생긴 이명을 가능한 빨리 치료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 치료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것이 문제. 처음에는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조치 없이 방치했을 경우 문제는 커진다. 이명을 ‘환청’으로 착각해 무당에까지 찾아갈 정도가 되며 일도 못하고 잠도 못자고 인간관계까지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후유증으로 생긴 이명의 효과적인 치료는 어떻게 할까. 유 원장은 “이명을 단순한 귀 질환이 아닌 전신질환이라고 보고 접근하면 된다”며 “이는 이명환자들이 대부분 발병 당시에 공통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과로를 하거나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경우에서 발생하는데 전신의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치료를 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없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력을 좋게 하려면 우선 머리나 가슴 등 상부에 몰려 있는 열부터 내려야 하는데 상승하는 성질의 ‘열’이 혈류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방해해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기운을 강화시키는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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