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떨어진 노인, 면역력 저하로 질병 부른다

[쿠키 건강] #중랑구 망우동에 거주하는 김모(76·여)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그런지 요즘엔 입맛이 떨어져서 음식을 잘 못 먹어요. 하루 한두끼를 챙기려고 하지만, 한 두 숟가락 뜨면 밥상을 치우는 게 버릇이 된 거 같아. 벌써 6개월은 이런 상황이니 가끔은 어지럽기도 하고 감기도 쉽게 오는 것 같고, 살도 많이 빠져 주름살만 더 늘은 거 같아”라고 푸념한다.

노인들의 식욕부진은 비단 김 할머니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 본인들은 대부분 김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어서 생긴 간단한 문제라고 생각해 쉽게 넘겨버리기 일쑤다. 자녀들도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질병을 의심하기보다는 기력이 노화돼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식욕부진을 단순히 음식을 적게 먹는 문제라고 치부했다가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장기간의 식욕부진은 영양불균형이나 영양실조로 이어져 노인들이 갖고 있는 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고, 없던 질병도 쉽게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할 건강문제로 봐야 한다.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소화기의 변화와 미각, 후각 등 감각기관의 둔화 및 활동량의 감소로 인해 식욕부진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각 기능의 저하는 타액 분비의 감소와 함께 음식물 섭취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되며, 후각기능의 퇴화는 음식의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해 먹는 즐거움을 잘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구강건조 등으로 인해 타액분비가 저하된 노인들은 음식물을 씹는 것과 삼키는 것이 불편하게 된다. 이처럼 소화액의 분비가 저하돼 음식물의 소화 흡수율이 떨어지면 단백질, 지방, 지용성 비타민, 칼슘 등의 영양소 결핍이 쉽게 유발될 수 있다. 또한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가 저조해짐에 따라 위장 내 잔여물의 증가로 인해 복부팽만감을 자주 느끼게 되며 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같은 양을 섭취했다 하더라도 더 큰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아울러 신체 각 기관의 기능 저하에 의해 세포로의 영양공급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며 특히 간 기능의 저하에 의한 영양소의 분배 기능 저하와 호르몬 대사의 변화에 의한 체내 대사율 감소가 일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단백질-에너지의 영양실조는 면역기능저하, 감염, 고관절골절, 낙상, 인지능력감소, 피부 열상, 빈혈, 부종 등이 쉽게 발생하게 한다. 게다가 식이 섭취의 감소는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의 감소를 가져오게 되며, 이로 인해 기억력저하나 치매를 부를 수 있다.

한편 생리적 요인 이외에도 노인의 영양섭취 상태를 나쁘게 하는 식욕부진의 원인은 사회적 요인과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건강에 대한 불안감,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의 사망, 자녀관계 및 사회활동의 제한 등으로 소외감과 고독감을 쉽게 느끼며, 이에 따라 불안감 및 좌절감, 우울증 등이 나타나면서 삶에 대한 욕망이 줄고 식욕을 상실하기 쉽다. 특히 식욕부진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식욕부진이 있는 노인에서는 반드시 동반 증상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은 또 여러 만성 질병, 소모성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질병들은 그 자체로도 건강에 해를 주거나 식욕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섭취하는 약물들이 식욕을 저하시키거나 특정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하고 배설을 증가시키는 등 체내 대사를 방해하기도 한다. 특히 감기약에 많이 포함되는 항히스타민제를 비롯해 항불안제, 수면제, 이뇨제 중에는 과다 복용하면 그 부작용으로 식욕부진이나 영양실조를 야기하는 것들도 있다.

따라서 평소와는 달리 1개월 이상 식욕부진을 느끼는 노인이라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가정의학과 전재우 과장은 “노인들의 경우 전체적인 인상(쇠약· 여윔), 피부의 변화(건조·인설·상처치유의 지연), 체모(얇음·쉽게 뽑힘), 손톱(숟가락 형태·탈색), 눈(야맹증·결막염), 구강(설염·잇몸출혈), 사지(골압통·관절통·근육소실·부종)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영양 부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서 “외관상 영양 부족이 의심되면, 병원을 방문해 의학적 검사와 함께 전문의와 상담해 기저 질환을 발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습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비타민·무기질·물 등 6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고기와 생선·우유·두부·콩류·채소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하며 떨어진 미각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음식의 색깔이나 모양, 맛을 다양하게 내도록 조리해야 한다. 양배추나 탄수화물, 커피 등 소화기관에 가스를 차게 하는 음식은 섭취량을 적당하게 줄인다. 변비가 있는 경우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가족 등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규칙적이고 정기적인 식사습관을 가지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주일에 2~3회 하루 30분 정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즐기는 등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것도 간접적으로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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