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추 척수증, 치료시기 놓치면 큰일나요!”

중풍과 증상 비슷, 엉뚱한 치료받다 시기 놓치면 사지마비까지… 단추 끼우기, 젓가락질 힘들어지면 의심을

[쿠키 건강] #택배업에 종사하는 황모(52·남)씨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자꾸만 오른쪽 팔이 저리면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근육통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깊은 곳에서 심하게 쑤시고 타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며칠 전부터는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놓치는 일이 늘어나고, 젓가락질도 되지 않는다. 단추를 끼우는 일마저 힘겨워졌다. 혹시 중풍이 아닐까하는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병원을 찾은 황씨는 ‘경추 척수증’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 2009년 한 해 건강을 위협한 최고 이슈는 단연 신종플루다. WHO는 신종플루 사망자수가 전 세계적으로 1만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플루는 일반적인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이 특징. 따라서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폐렴이나 폐혈증 등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져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이처럼 비슷한 증상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걷는 것은 물론 사지가 마비되는 무서운 질환이 또 있다. 바로, 경추 척수증이다.

◇팔·등·다리에 오는 찌릿한 통증, 느려지는 손놀림… 중풍과 비슷하지만 달라

경추 척수증이란 목뼈(경추부)에서 척추뼈 안에 들어있는 신경세포(척수)가 눌려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주로 50세 이상 남자에게 많이 발병하며, 경추부의 퇴행성 변화나 심한 추간판 탈출증, 척추 관절의 골극형성, 후종인대의 석회화 등이 주된 원인이다.

경추 척수증의 증상은 서서히 시작되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데 통증은 깊은 곳에서부터 심하게 쑤시고 타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나고, 특히 운동 기능과 힘줄 반사의 이상이 뚜렷하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손의 세밀한 운동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단추를 끼우는 일이 힘들어지고, 젓가락질이 어려워진다. 또한 다리 근력이 약해져 보행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며 목을 갑자기 움직일 때 팔과 등쪽으로 전기 쇼크를 받는 듯한 통증이 생기며 심한 경우 방광 기능이 약해지기도 한다.

척추 관절 전문 바른세상병원 송형석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경추 척수증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중풍으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중풍은 뇌의 질환이고, 경추 척수증은 경추부의 질환”이라며 “경추 척수증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하반신 마비나 사지 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MRI 검사는 필수, 제때 제대로 된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

경추 척수증이 의심되면 먼저 방사선 검사를 통해 척추관의 상태를 확인하고, MRI 검사를 통해 척수의 눌린 부위와 그 원인 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MRI 검사는 척수와 뇌척수액의 경계면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주위 조직의 상태뿐 아니라 척수 압박의 직접적인 원인과 척수 자체의 상태까지 나타내기 때문에 경추 척수증 진단에 있어서 필수적인 검사다.

검사를 통해 경수 척수증이 확진되면 조기에 수술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추 척수증이 증상의 악화와 완화가 교대로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로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만한 증상이 있을 경우 조기 수술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에 송 원장은 “경추 척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척추 변성, 목뼈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나쁜 자세를 피하고, 목뼈에 충격이 가해지는 외상을 반복적으로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추 척수증은 제때, 제대로 된 수술만 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보행장애, 배뇨, 배변장애, 전신 마비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악화되는 특이한 질환인 만큼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경추 척수증 자가진단법!]

1. 젓가락 질이나 단추를 채우는 일이 힘들고, 손놀림이 느려지며, 부자연스럽다.
2. 물건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잘 떨어뜨리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이 빠르게 되지 않는다.
3. 다리가 자주 떨리거나, 걸을 때 다리가 휘청거리거나 발이 끌리는 경우가 많다.
4. 목을 앞, 뒤로 움직일 때 팔, 등, 다리 쪽이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찌릿한 통증이 있다.
5.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변비와 같은 대소변 장애가 생기고, 사지의 감각에 이상을 느낀다.
6. 손에 힘이 저절로 빠진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