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에서 14일(현지시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 속에 대선이 치러졌다. 3선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출마하지 않은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의 장남을 부통령 후보로 앞세운 야당(그린드라당) 대선후보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을 지지해 왔다. 프라보워 후보가 당선되면 조코위 대통령은 오는 10월 정권을 이양한 뒤에도 ‘상왕 정치’가 가능하다.
선거는 이날 오후 1시까지 6시간 동안 진행됐다. 인구 2억8000만명 가운데 군경을 제외한 17세 이상 유권자 2억500만명이 전국 82만여개 투표소에서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기표를 완료하는 인도네시아 대선은 ‘당일치기 선거’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대통령 외에 부통령과 상하원 의원, 지방의원까지 뽑는 이번 선거에 무려 26만명이 입후보했고 투표관리원으로 570만명이 투입됐다.
현지 여론조사업체 포퓰리센터가 진행한 표본 개표에서 프라보워 후보가 59%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이 유력하다. 아니스 바스웨단 무소속 후보는 20%대, 여당인 투쟁민주당의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는 10%대 득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선거 결과는 다음 달 20일쯤 발표된다. 승자는 전체 유효표 가운데 득표율 50% 이상, 전국 38개주의 과반에서 득표율 20% 이상이라는 2개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지만 외신들은 프라보워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승리를 확정 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프라보워 후보도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저녁 지지자들이 모인 자카르타의 한 체육관에 등장해 “표본 조사 결과 과반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승리는 모든 인도네시아인의 승리”라고 말했다.
당선은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쳐야 확정된다. 그 사이 낙선 후보들이 소송을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 대선은 직선제를 도입한 2004년 이후 선거 후폭풍을 겪어 왔다. 조코위 대통령의 2014년 초선, 2019년 재선 직후에도 경쟁 후보 지지자들의 반발로 주요 도시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프라보워 후보는 수하르토 집권 시절 군 요직을 역임하며 민주화 운동가들 납치·고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앞선 두 번의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은 ‘정적’이었다. 2019년 통합을 명분으로 조코위 대통령에게서 제안받은 국방장관직을 5년간 맡아오면서 정치적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조코위 대통령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여당을 외면하고 프라보워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요에스 케나와스 인도네시아 아트마자야대 연구원은 “조코위 대통령의 ‘왕조 건설’ 목적이 분명하다”며 “그의 목표는 아들의 2029년 대선 출마”라고 비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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