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 일본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보도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 보도에 대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FNN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셔틀 외교’의 일환으로 3월 20일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일 정상은 지난해 셔틀 외교를 재개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먼저 일본을 방문했고, 기시다 총리가 5월에 방한했다. 두 정상은 이를 포함해 지난해 총 7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번에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되면 북한 문제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FNN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한·일 협력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일본 측이 (한·일 간) 긴밀한 관계를 보이기 위해 방문을 제안하고 있으며, 정세를 지켜본 뒤 최종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3월 20일에는 세계적인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출전하는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서울에서 열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윤 대통령과 함께 경기를 관람할지도 주목된다. 올해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는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며 오타니는 올해 이적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시다 총리가 지지율 하락 속에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가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30% 아래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고 있어 정상회담 관련 노력이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FT는 부연했다. 북·일 정상회담 관련 대화 중 일부는 중국 베이징 채널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총리는 새해 첫날 노토반도 강진 이후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애도 전문을 보내온 뒤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총리와 북한 최고지도자 간 회담은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났던 게 마지막이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일본이 한국과의 문제를 사전에 원만히 협의한다는 조건 아래 미국은 북한과 일본의 고위급 접촉을 환영할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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