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간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석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네타냐후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의 조처에 관한 불만을 직접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마지막 피난처’ 라파 지역 공습을 강행하면서 양국 정상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라파 군사작전은 100만명이 넘는 민간인의 안전과 그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는 신뢰할 수 있는 계획 없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라파에 있는 많은 사람은 북부의 폭력을 피해 살던 곳을 여러 차례 떠나야만 했다”며 “우리는 처음부터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어떤 강제 이주도 반대해 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인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가자지구에 최소 6주간의 즉각적·지속적인 평화를 가져다주고, 이를 통해 더 항구적인 것을 구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협상을 달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독려했고, 미국은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둘라 국왕도 “라파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견딜 수 없는 또 다른 인도주의적 재앙이 발생할 것이 확실하다”며 “지속적인 휴전이 필요하고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민간인 보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군사작전을 전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바이든 대통령의 만류에도 라파 지역을 공습해 100명 이상(하마스 주장)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두 정상 간 감정적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NBC방송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기부자들과의 사적인 대화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술을 바꾸지 않은 것에 불만을 표출했고, 네타냐후 총리를 최대 장애물로 지목했다”고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멈추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나에게 지옥 같은 상황을 선사하고 있다”며 다루기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NBC는 또 바이든 대통령은 친분 있는 사람들과의 최근 대화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개자식(asshole)’이라고 경멸적으로 언급한 경우도 최소 세 차례 있었다고 전했다.
NBC는 “네타냐후에 대한 바이든의 여과되지 않은 사적인 발언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술 전환 실패는 두 지도자 간 역학관계가 변곡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멈추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도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에 연루된 이스라엘 정착민을 제재키로 한 행정명령에 대해 항의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행정명령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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