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실형 2년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는 8일 “범죄사실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양형 기준상 진지한 반성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은 그간 수차례 사과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범행을 반성하는 태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선고 후에도 “15차례 이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며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해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등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1심의 사실관계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에 대해 “의미 있는 양형 조건의 변경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의 징역 2년 선고도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들 조원씨 입시와 관련해 고려대·연세대 대학원과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부정 지원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조원씨의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조 전 장관과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대신 풀어준 행위도 업무방해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성적평가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 측은 항소심에서 미국 대학교수로부터 형사처벌은 과도하다는 취지의 서면 답변서를 받는 등 총력전에 나섰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재판부는 딸 조민씨의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와 관련해 “조민씨 7대 허위 경력 중 일부에 직접 관여하는 등 조 전 장관이 (아내) 정씨와 역할을 분담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이 조민씨에게 건넨 장학금 600만원(청탁금지법 위반)도 유죄가 됐다. 재판부는 “노 전 원장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조 전 장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 장학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공모해 특별감찰반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남용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켰다. 이는 정치권 인사의 구명 청탁을 들어주기 위한 동기에서 이뤄졌다”고 질책했다. 감찰무마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받은 백 전 민정비서관 형량과, 박형철 청와대 전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무죄 판단도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가 조 전 장관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자 조 전 장관은 양손에 깍지를 꼈다가 풀기를 반복하고 머리를 쓸어올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선고를 듣다가 주문 낭독이 끝나자 크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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