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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실형 선고해놓고 정치 기회 허용… 이상한 ‘조국 판결’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판결 이후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됐다. 1심 판결 이후 1년 동안 다시 재판을 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반론권을 보장한다며 이례적으로 법정 구속을 하지 않았던 1심처럼 재판부는 이번에도 그를 수감하지 않았다. 2심에서 1심과 동일한 실형 선고를 내렸는데 법정 구속을 면해줘 자유로운 활동을 허락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조 전 장관은 1심 판결 이후 그랬듯이 이제 또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정치적 사안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심지어 총선에 출마해 유세를 벌일 수도 있게 됐다.

‘아빠 찬스’란 말을 낳은 조국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공정(公正)이란 가치가 어떤 무게를 갖는지 보여주는 가늠자가 돼 있다. 부모가 자녀의 상장을 위조해주고, 가짜 증명서를 만들어주고, 시험을 대신 쳐주고, 심지어 장학금 혜택까지 안겨줘 상류층의 길을 걷게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게 재판부의 역할이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한목소리로 ‘그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는데, 그러면서도 조 전 장관에게 법정 구속을 피해 자유롭게 활동하는 특혜를 줬다.

이 결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①형평성을 크게 훼손했다. 1, 2심에서 똑같은 실형 선고를 받고도 거리를 활보하는 자유, 일반 형사범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②정치적 구명의 길을 터줬다. 총선을 두 달 앞두고 법정 구속을 면해준 것은 조 전 장관이 공공연히 말해온 “비사법적 명예회복”의 기회를 준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판결의 취지를 부정하는 방향일 그의 정치 활동은 판결에 담긴 공정의 잣대를 허물어버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면서도 그에게 공정하지 않은 특혜를 허락하고, 자신의 불공정 행태를 강변할 정치 활동까지 허용하는 모순된 판결을 내린 셈이다.

조 전 장관은 이 판결을 십분 활용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다. 선고 직후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 대법원 판결 전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 한국 사회를 둘로 갈라 세웠던 ‘조국 사태’의 극한 갈등을 다시 이용해볼 생각인 듯한데, 이제 자중해야 할 때다. 판결의 본뜻인 공정의 가치를 스스로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비록 정치의 금도가 사라진 시대라지만, 이런 이에게 공간을 허용할 만큼 망가진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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