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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비닐은 어디에 버려야 하지

장창일 종교부 차장


어느 날 교회 마당에서였다. 4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가 손바닥만 한 비닐 조각을 들고 분리수거함 앞에 멈춰섰다. 그때부터였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는 수거함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비닐 버릴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안타깝게도 비닐을 따로 버리는 함이 없었다.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에게 다가가 종량제 봉투에 버리면 된다며 쓰레기통을 가리켰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하다 엄마에게 뛰어가 재차 확인한 뒤에야 손에 든 비닐을 내려놓았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가정교육을 정말 잘 받았구나’ 생각했다.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17년 동안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323조원을 투입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이대로라면 합계출산율은 반등 기회를 잃을지도 모른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18.4%였지만 2030년이 되면 25.5%로 늘어난다는 통계청 발표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소멸 위험 지역’까지 공개됐다.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중 51.7%에 달하는 118곳이 소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저출산 대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인구 구조 변화는 교회 교인 구성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 목회’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것만 봐도 그렇다. 지속해서 늘어날 노년 교인을 위한 목회 전략을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에서다. 노년 맞춤형 목회가 늘어나는 건 교회 노령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다음세대 양육’을 강조하면서도 교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을 위한 목회가 우선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통계 결과도 이런 실태를 보여준다. 지앤컴리서치가 지난해 4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소속 장로 1074명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45%가 ‘교회학교와 청년부를 포함한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통 50대 이상 연령의 장로들이 교회의 미래를 위해 젊은이 양육을 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다음세대는 신앙 유지 자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이 2022년 11월 전국 만 30~49세 개신교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10년 후 교회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40%는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지만 교회는 잘 안 나갈 것 같다’고 답했다. ‘기독교 신앙을 버리고 교회도 안 나갈 것 같다’ ‘기독교 신앙을 버리지만 교회는 나갈 것 같다’는 답도 각각 4%, 3%로 나타났다.

다음세대가 없는 교회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투자를 꿈꾸는 건 동상이몽이다. 교회의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활로를 찾으려는 노력의 하나로 ‘새로운 교회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교회론이란 목회를 위한 지도이자 나침반과도 같다.

2024년 교회는 어떤 교회가 돼야 할 것인가. 다시 분리수거함 앞에 선 꼬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 아이가 지켰던 건 원칙이었다. 비닐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기웃거렸던 아이 모습을 통해 교회가 걸어야 할 새 길을 생각해 봤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았던 삶을 살았던 예수, 나를 쳐서 남을 이롭게 하는 기독교 본래의 정신을 회복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려는 노력,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명령을 따르는 것 등이야말로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교회가 지켜야 할 원칙 아닐까. 왕도란 없다. 고대 문헌을 통해 르네상스를 꽃피웠던 이들이 앞세운 경구 ‘아드 폰테스’(근본으로 돌아가라)가 바로 지금 교회가 걸어야 할 새로운 길이다.

장창일 종교부 차장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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