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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의대 증원, 반드시 관철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내년 입시부터 2000명 늘리기로 했다. 파격적인 규모라는데, 오히려 2000년 의약 분업 때 3507명이던 정원을 3058명으로 449명이나 줄이고 지금까지 줄곧 동결해온 것이 ‘파격’이었다. 당시 파업을 벌인 의사 협회는 의약 분업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의대 정원 감축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약을 팔지 못하면 수입이 줄어들 테니 의사 수를 줄여서, 즉 의료 시장의 경쟁을 낮춰서 의사들이 계속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는 거였다.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할 아무런 요인도 없었기에 더 이상 노골적일 수 없는 밥그릇 지키기였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했던 것은 그들이 환자의 생명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급을 줄여 몸값 높이기를 택한 전략은 한국 의사의 소득을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 국세청이 작년 공개한 의사 평균 소득은 2억6900만원이다. 2010년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5위권이었는데 해마다 1000만원 이상 소득이 증가해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크게 못 미치고, 상위권 국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급 감축에 힘입어 의사 소득이 빠르게 느는 동안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갔다. 고령화는 의료 수요의 폭증을 뜻해서 2035년이면 의사가 1만5000명이나 부족해진다.

벌써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부족 사태가 현실이 됐다. 20년 전 의대 정원을 줄이지 않았다면, 제때 늘려왔다면 이렇게 급박한 지경까지 몰리지 않았을 일이다. 역대 정부는 의사 집단의 힘에 눌려 의대 정원에 손대지 못했는데, 그 힘은 파업에서 나왔다. 2000년 의료 파업 때 많은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졌던 아찔한 경험이 주저하게 했고, 2020년 의대 증원 시도도 파업에 굴복해 결국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다시 추진하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에 더 이상 주저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2000명 증원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한계 상황에 몰려 시도하는 몸부림에 가깝다.

이번에도 의사 협회는 총파업에 나설 태세다. 그들이 원했던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정부가 다 수용해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이미 발표했는데도 끝내 파업을 벌인다면 아무런 명분 없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협박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막무가내 위력 행사에 굴복하면 고령사회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단호하게 정책을 관철해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여론의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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