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994년 그룹 지배력 확보에 나서고 2022년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수차례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2008년 ‘삼성 특검’ 때는 기소는 피했지만 피의자로 수사받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는 500일 넘게 구속됐다. 2020년 9월 ‘부당합병’ 의혹 사건으로 다시 기소돼 100번 넘게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5일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부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두 회사 합병을 경영권 승계 최종 단계로 지목했다.
이 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의 첫 단추는 1994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매입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1억여원을 종잣돈 삼아 에버랜드 CB를 사들였고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다. 3년 뒤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헐값에 이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 과정을 두고 2008년 삼성 특검 수사가 진행됐다. 이 회장도 그해 2월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됐다. 이 전 회장은 에버랜드 사건에 대해선 무죄를, 삼성SDS 관련 혐의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다시 피의자 신분이 됐다. 박영수 특검은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건넸다고 보고 2017년 2월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 측이 승계 작업과 관련해 정권 차원의 도움을 받고자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게 특검의 결론이었다. 삼성물산 지분 11.9%를 가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청와대가 힘써주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됐고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354일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2021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이 확정되고 가석방될 때까지 기간을 합하면 총 구속 기간만 565일에 이른다.
국정농단 사건은 이후 ‘부당합병·분식회계’ 의혹 수사의 근거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2020년 9월 “대법원이 이미 경영권 승계 작업 및 이 회장 뇌물공여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고, 이 회장의 신청으로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다. 당시 이 같은 결정을 두고 검찰이 개혁의 일환으로 만든 수사심의위 제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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