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우리 경제 뇌관으로 지목하고 “연내 부실 정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강한 저항이 있어도 뚫고 나가겠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부실 사업장에 자금이 묶이는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부실 PF 사업장을 빠르게 구조조정 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단기 실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에는 소홀한 채 단기적 이익은 사유화하고 뒤따를 위험을 소비자 등 사회에 전가하는 행태 등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PF 집중 투자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을 통한 과도한 성과급·수수료 수취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고객의 이익을 외면하고 정당한 손실 인식을 미루는 등의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원칙 하에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이 불안정했던 작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리가 더 오르지 않겠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에서 시장적 방법으로 부동산 PF 부실을 정상화할 적기가 왔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PF 구조조정으로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 사업장이 저가에 팔리면 분양가 하락으로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는 데다 향후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할 자금 여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날 무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 부정혐의 1심 재판과 관련해서는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라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2020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서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끈 당사자다. 그는 재판 결과에 대해 말하기 적절한 위치가 아니라면서도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중 한 사람으로서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이를 계기로 경영 혁신이나 국민 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는 자율 배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검사 과정에서 금융사들이 먼저 문제를 인정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하니 자발적으로 일부라도 배상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좋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콩 ELS 가입 고객의 재가입 여부와 별개로 판매 과정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들의 최초 가입 시기는 2017년 전후일 텐데 그 전에 있던 리스크가 제대로 고지가 된 건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H지수 ELS의 경우 재가입자 비율이 90%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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