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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회장 무죄 선고… 기업을 사법리스크에 가둔 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삼성그룹 계열사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지 3년5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어제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징역 5년이 구형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삼성전자 전·현 임직원 1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검찰의 완패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그룹 미전실의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지주회사 격인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을 늘리고자 제일모직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춰 물산 주주들의 손해를 야기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도 (손해라기보다)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심지어 “검사는 합병이 삼성물산과 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증거가 없다”라고 말하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꼬집었다.

이번 재판은 열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회장이 2020년 6월 기소 여부에 관해 전문가들 판단을 받겠다며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그후 열린 대검찰청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하다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 지난달 말 47개 혐의 모두 무죄가 선고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사법 농단 재판과 판박이다. 검찰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당시 수사 라인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회장은 1심 공판 106회 동안 95회나 출석했다. 정상적 경영 활동이 가능했겠나. 삼성그룹은 그사이 대규모 인수·합병(M&A)도 하지 못한 채 정체를 겪었고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시장 지배력도 약해졌다. 한국 경제도 동반 뒷걸음쳤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글로벌 기업 최고 경영자를 장기 사법 리스크로 가둬둔 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됐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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