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9월 사망한 어머니가 남긴 금목걸이 2개(약 150g·40돈)를 동생의 반환 요구에도 돌려주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는데, 혐의에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도 포함됐다. 사망한 어머니 은행 계좌에서 예금 705만원을 인출한 것을 죄로 본 것이다. A씨는 모바일뱅킹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수단을 통해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수단이 발달하면서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증 수단이 있으면 유족 등 제3자가 금융 거래를 할 수 있어서다. 상속 재산이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액이라도 관련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 8월~2023년 7월) 국내 17개 은행에서 발생한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건수는 7812건이다. 사망자 명의의 계좌 개설이 1065건, 대출 실행 49건, 계좌 비밀번호 변경 같은 제신고 거래가 6698건이었다. 사망자 명의 예금 인출은 자료확인이 가능한 8개 은행에서만 6881억원(34만6932건)이 발생했다.
거래는 고객 사망일과 은행이 고객의 사망을 인지한 날 사이에 이뤄졌다. 은행은 고객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후 모든 계좌의 출금을 정지시키는데 이 사이에 시차가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대부분은 비대면으로 진행됐다는 특징이 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계좌 개설 시 명의인이 신분증 사본과 기존 계좌를 활용하면 실명확인이 가능해서다. 금감원은 “비대면으로는 본인 여부를 완벽히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가족이나 지인 등이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를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가족 등 가까운 사이라도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의 계좌를 이용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찾거나 대출을 일으키는 행위, 개설 계좌를 금융사기 등에 이용하는 행위는 형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른 처벌 대상이다. 사망한 친형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비대면 대출 3000만원을 받은 B씨가 법원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망자 본인이 아니라면 동거 가족의 비대면 예금 인출도 불가능하다”며 “소액이라도 은행에 사망 통보 후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