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신원식(사진) 국방부 장관의 ‘우크라이나 전면 지원’ 발언을 겨냥해 “한·러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이라고 공개 경고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반박 입장을 내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편해진 양국 관계가 더 얼어붙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한·러 관계의 관리에 있어서는 향후 러시아의 관련 향배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동시에 최근 북·러 간 군사협력 동향과 우리 안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국 국방수장이 치명적인 무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군사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우리는 한때 우호적이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 정부에 경고한다”고 말했다. 신 장관 발언으로 한·러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신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인도주의적·재정적 차원으로 제한된 데 대해 “정부 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자유세계의 일원으로서 가야 할 길은 전면 지원(full support)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북·러 무기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입증되지 않고 근거도 없기 때문에 불법적”이라고 반박했다.
서동주 유라시아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한국이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덧붙여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주연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번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신 장관 발언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위성락 전 주러대사는 “현재 한·러 관계는 수교 이래 가장 나쁘고 악화일로에 있다”며 “갈등이 지속되면 한반도 비핵화 등을 실현하는 데 제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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