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상당히 불리하지만 친근함으로 승부수 띄우겠다”

[국민 초대석] IOC선수위원 도전하는 박인비

박인비는 IOC선수위원 도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는 선수위원이 돼서 골프를 대중과 가깝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올림픽에서 골프가 보다 재미있게 팬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겠다. 혼성 경기를 신설하는 등 메달 수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2024년은 박인비(35·KB금융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다. 골프선수로서는 잠시 멈춤이다. 그보다 더 큰 도전에 나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선수위원과 엄마의 삶이다.

박인비는 두 말할 나위없는 골프 레전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뒀다. 그 중 메이저대회 우승이 7차례다.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골프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여기에 116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어 골프 역사상 최초인 이른바 ‘골든 슬램(4대 메이저 우승+올림픽 금메달)’도 이뤄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 등 앞서간 여자 골프 전설들도 해내지 못한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업적이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빛낸 커리어를 바탕으로 박인비는 지난 8월 2024 파리 올림픽 IOC선수위원 한국 후보 투표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박인비는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IOC선수위원의 꿈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IOC선수위원은 각국에서 32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된 상태다. 올 7월 파리 올림픽 기간 참가 선수 1만여 명의 투표로 그 중에서 최종 4명을 뽑는다. 8대1의 치열한 경쟁률이지만 외신들은 박인비를 유력한 선수위원 후보로 꼽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자택 인근에서 만난 박인비는 “8년 전 유승민 위원이 당선 됐을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일단 후보가 32명이나 된다”며 “그 만큼 선수 위원에 대한 인식이 많이 올라가 있다. 하고 싶어하는 선수도 많아졌다”고 쉽지 않은 경쟁임을 토로했다.

그래서 선배인 유승민 IOC위원을 자주 만나 조언을 듣고 있다. 그는 “현장에 가면 선수들과 길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는 유 위원의 조언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우선은 선수들에게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말보다는 바디 랭귀지에 의존할 생각이다. 영어는 네이티브 수준으로 유창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바디 랭귀지가 더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박인비는 “우선 선수들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면서 “개막에 앞서 사전에 선수촌으로 들어가 선수들이 심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을 때 접촉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경기 중에는 선수들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인비가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골프가 육상, 수영, 축구 등 인기 종목에 비해 선수 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 선수는 12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60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축구 등 인기 종목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서 “게다가 투표를 하기 위해 선수촌으로 직접 들어 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당선 이후의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그만큼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는 “당선 이후의 활동 계획은 일단 되고 난 뒤 문제”라면서도 “선수위원에 당선되면 골프가 올림픽에서 보다 재미있게 팬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겠다. 남녀 혼성 경기를 신설하는 등 메달 수를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선수위원 임기가 8년이다. 아주 긴 시간이다. 충분히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대외 활동만큼 소중한 건 엄마로서의 삶이다. 박인비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운명적인 만남을 한 7살 연상의 스윙 코치 남기협씨와 7년 열애 끝에 2014년 10월 결혼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 뒤인 지난해 4월에 첫 딸 인서를 선물처럼 얻었다. 1998년에 시작한 골프를 잠시 접고 박인비는 딸 인서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이 되는 남기협-박인비 부부는 골프계에 소문난 잉꼬부부다. 딸의 작명에서도 두 사람의 금술을 엿볼 수 있다. 박인비는 “남편이 ‘아이가 내 성을 따르니까 아이 이름에 당신 이름을 한 자 넣어야 한다’면서 ‘인’자를 넣었다”고 귀띔했다.

모녀의 태몽은 마치 대물림을 한 것처럼 빼닮았다고 한다. 박인비의 태몽은 외할머니가 꾸었다. 치마폭으로 꽃 무늬가 아름다운 큰 뱀이 들어와 아들이 태어날 줄 알았는데 건강한 여아였다. 인서의 태몽은 친할머니가 꾸었다. 얼굴이 아주 잘 생긴 초록색 큰 뱀이 풀속에서 나오는 꿈이었다.

박인비는 딸에게 골프를 시킬 계획이다. 그는 “무조건 골프를 시킬 것이다. 엄마로서 바람이다”며 “나도 부모님이 원해서 골프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강압적으로는 시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직접 골프를 가르칠 생각은 없다. 박인비는 “인서가 골프를 한다면 스윙 코칭은 남편에게 전적으로 맡길 생각”이라며 “남편이 시행착오 겪지 않고 슬럼프 없는 완벽한 스윙을 하는 선수로 만들 자신있다고 했다”고 웃었다. 단 “(골프 선수가 되면) 엄마가 박인비라는 부담이 엄청 클 것이다. 나보다는 멘탈적으로 어려울 것이다”고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육아는 친정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박인비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자택이 있지만 당분간 미국에 갈 생각이 없다. 그는 “인서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당분간 한국에 머물 생각이다. 한국이 좋다. 이제 적응이 좀 돼 가는데 서둘러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으로 “200%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든든한 서포터즈 및 가족 등 주변에 좋은 분들이 너무 많다”며 “인복 만큼은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제 주변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골프선수 박인비’의 복귀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했다. 박인비는 “선수 생활은 더 하고 싶은 마음은 엄청 크지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온전하게 내려 놓을 준비도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 놓고 싶다. ‘이제 됐다’라는 마음이 아직은 안든다”고 은퇴는 시기상조임을 내비쳤다.

박인비는 “IOC선수위원 도전은 제 개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과 골프 대중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할 과제”라며 “많은 분들의 성원과 관심, 그리고 격려가 큰 힘이 될 것이다.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