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핵심 현안으로 내세운 반도체 특화단지 등 첨단산업 육성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중심의 클러스터 조성 정책으로 돌아설 조짐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2030년까지 반도체와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9대 대표산업을 집중 지원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도시, 혁신기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도시, 창의인재가 모이는 도시로 도약한다는 시정 목표에 따른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경제 발전의 마중물이 될 첨단산업을 지역산업의 뼈대로 삼기 위해 기술확보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전환 등 3대 전략과 10대 실행방안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도체·데이터·AI 산업의 광주지역 기반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한차례 고배를 마신 ‘반도체 특화단지’ 추가 지정에 역량을 쏟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수도권 위주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공식화했다. 고품질의 안정적 전력공급에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명제와 2047년까지 예상 투자 규모 622조원을 전제로 경기 남부를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정부 입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AI 중심도시’를 추구하는 시가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해 전력투구 중인 AI 산업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초거대 AI 맞춤형 데이터 전처리 실증 인프라 관련 사업비 140억원 등의 국비 확보를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국비지원 예산으로 책정한 AI 연구개발 사업비 가운데 현재 반영된 항목이 3분의 1도 되지 않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국내 유일의 첨단지구 AI 집적단지 내 ‘국가 AI 데이터 센터’ 개소식에 윤 대통령의 참석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대통령실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는 대통령 일정을 고려해 지난해 10월에서 12월로 개소식까지 미뤘지만 이마저 무산됐다. 시 관계자는 “반도체와 AI 등 대표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환경 개선에 매달리고 있다”며 “특화단지 유치와 AI 집적단지 지원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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