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공화당 두 번째 대선후보 경선 지역인 뉴햄프셔주에서 비난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보다 오히려 3위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해 집중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헤일리 측은 이번 경선이 사실상 자신과 트럼프의 양자대결 구도라고 주장하며 지지율 반전을 노리고 있다.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앳킨슨 유세에서 “헤일리는 민주당과 자유주의자들에게 기대서 경선을 치르고 있다”며 “헤일리는 민주당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당이 그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헤일리 지지층은 민주당원과 무소속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헤일리의 본선 경쟁력이 자신보다 앞선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에 대해 “가짜 조사”라며 “헤일리가 (경선에서) 이기면 조 바이든이 승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디샌티스 주지사에 대해서는 “이곳(뉴햄프셔)에선 4위”라며 “그 사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전날 후보직을 사퇴하며 자신을 지지하기로 한 비벡 라마스와미를 불러 연단에 세우기도 했다. 라마스와미는 “지금은 미국을 사랑하는 우리와 미국을 미워하는 비주류 소수 간의 전쟁 상황”이라며 “우리를 승리로 이끌 총사령관이 필요하고, 그 일을 할 사람은 트럼프”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트럼프의 초점이 헤일리로 완전히 옮겨갔다”며 “트럼프는 헤일리가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며 공격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머리는 당원만 투표가 가능한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데다 뉴햄프셔는 중도층의 비중이 큰 지역이어서 헤일리에겐 ‘해볼 만한 싸움’으로 평가된다. 정치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최근 뉴햄프셔에서 진행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평균 43.5%의 지지율을 보였고, 헤일리가 30.6%로 2위를 기록했다. 디샌티스는 5.4%에 그쳤다.
헤일리도 이날 뉴햄프셔 북부 브레턴우즈에서 유세를 진행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대결에서 더 강하다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트럼프가 아닌 자신이 더 훌륭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뉴햄프셔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트럼프와 바이든 간 재대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최선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헤일리는 뉴햄프셔주를 겨냥한 새로운 광고 캠페인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를 “미국에서 가장 싫어하는 두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캠프 연설에서도 “트럼프와 바이든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일리는 아이오와에선 3위를 기록했지만, 이번 경선이 자신과 트럼프의 양자대결 구도임을 부각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경선주자 토론회에 트럼프가 나오지 않는다면 자신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헤일리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훌륭한 토론이 있었지만 불행히도 트럼프는 모두 피했다”며 “내가 다음에 할 토론 상대는 트럼프 아니면 바이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 경선주자 6차 토론 주관사인 ABC방송은 18일로 예정됐던 뉴햄프셔 토론을 취소했다.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도 “(경선은) 헤일리 대 트럼프의 양자대결”이라며 “트럼프가 토론 무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남자답다고 판단하면 헤일리가 먼저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디샌티스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명확한 경로가 없다.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헤일리에 훨씬 뒤처져 있다”며 “자신이 말한 대로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 경선에서 물러나 헤일리에게 트럼프와 일대일로 맞설 기회를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WSJ는 헤일리에 대해선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중도층이나 교외 지역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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