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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교회와 독서

우성규 종교부 차장


“교회가 쇠퇴하는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문해력이 약해진 것입니다. 교회 내 독서 모임을 활성화함으로써 이게 개인뿐만 아니라 교회에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려주는 일이 필요합니다. 독서가 신앙을 얼마나 깊게 만드는지 성도들이 경험한다면 교회도 힘을 얻고 기독 출판사도 나아질 것입니다.”

문학연구공간 상상 대표인 이정일 목사가 2023년 국민일보 올해의 책 추천 작업에 참여하며 기독 출판 활성화를 위해 밝힌 제언이다. 이 목사는 2020년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를 저술해 그해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 저자로 선정된 바 있다. 신학을 공부하기 전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매달 한 권의 신앙 서적을 읽는 게 성도들에게 얼마나 유익한지, 인문학적 시선이 신앙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몸으로 느끼도록 교회가 도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독교는 성경이란 책의 종교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자신을 글로 계시해 우리로 하여금 꾸준히 함께 모여 성경과 좋은 책을 읽도록 이끌고 계시다. 성경과 책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사고가 깊고 단단해져야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실제로 가능하다.

기독 출판사 지우의 이재웅 대표는 “하나님은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시고 공감하시고자 사람이 되셔서 우리에게 오셨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역시 세상을 향해 그러해야 한다”면서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고 그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세상을 배우고 읽어야 한다. 성경과 책을 부지런히 읽어야 우리도 예수님처럼 겸손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눈과 귀를 자극하는 콘텐츠의 현란함에만 사로잡혀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책을 놓으면 우리는 이미지와 영상, ‘좋아요’ 신호에만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마른 뼈’들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좋은 저자와 좋은 책이 나오기 위해선 좋은 독자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신앙적 사유를 더 깊고 넓게 하는 책들에 도전하는 독자운동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 교수 역시 기독 출판사 대표와 편집자, 신학대 교수와 현장 목회자 60여명이 함께한 국민일보 올해의 책 추천 작업에 참여해 ‘좋은 독자의 필요성’을 먼저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정은문고)는 좋은 독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서울 신용산교회 성가대원이자 안수집사였다가 새해부터 피택 장로로 시무하고 있는 안과 전문의 정한욱 장로가 수십 년간 독자로서 읽은 신학책을 바탕으로 딸들과 주고받은 신앙 이야기를 엮어 저술했다. 평신도 신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란 찬사와 함께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의 ‘신학의 영토들’(비아)과 더불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공동 선정됐다.

김 교수는 정 장로의 책에 대해 “책을 저술하는 데 있어 가상의 독자를 상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딸에게 애정을 담아 설명함으로써 학자들이 이론을 말하거나 목회자들이 성도들에게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밀도 있는 논의와 문장의 따뜻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기독교인은 성경이란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책을 읽고 나누면서 남을 정죄하고 비난하고 가둬두는 모습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이웃을 환대하고 사랑을 전하는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욱이 영상 세대가 잃어버린 묵상과 숙고를 교회 독서운동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 다음세대 회복의 실마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정해 성도들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한국교회 전반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해 본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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